도로에 누운 사람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 1심 유죄 → 2심 무죄

1심 "운전자가 전방주시 의무 이행 안했다"
2심 "운전자가 이례적 상황 예견하기 어려웠을 것"

↑ 사진 = 연합뉴스

도로 위에 누워있던 20대를 치어 숨지게 한 뒤 달아난 운전자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던 원심을 깨고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대구지법 형사항소 3-1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 치사) 혐의로 기소된 28세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오늘(25일) 밝혔습니다.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깬 판결입니다.

A씨는 지난 2020년 6월 24일 밤 10시 52분쯤 경북 의성의 한 도로에서 운전을 하다가 도로 위에 누워있는 20대 남성 B씨를 차로 치어 숨지게 하고 그대로 달아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A씨는 "도로에 누워있던 피해자를 미리 발견한 후 회피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주장했지만, 1심은 사고 당시 B씨가 밝은색 옷을 입고 있었다는 목격자 증언과 다른 운전자들은 B씨를 미리 발견하고 피해 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미뤄 A씨가 전방주시 의무와 속도 조절 등을 이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 장소가 왕복 4차로 도로에 중앙분리대까지 설치돼 있는 곳으로 사람의 횡단을 예상하기 어려운 곳이라는 점, 사고 시간이 밤 10시 52분이며 사고 장소에 조명이 없었던 점, 당시 비가 내리고 있었고 피해자가 어두운 하의를 입고 있었던 점 등을 들어 A씨가 이례적인 상황을 예견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또 A씨가 시속 약 70km로 주행했으나 초과한 속도가 시속 약 6km에 불과하다는 점을 짚기도 했습니다. A씨가 제한속도를 준수했다고 하더라도 사고를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었다는 도로교통공단의 사실 조회 회신 등을 근거로 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