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작성한 시험 답안지가 채점도 하기 전에 파쇄됐다면 얼마나 황당할까요.
그런데 이런 답안지가 한두 건이 아닙니다.
600장이 넘는 답안지가 통째로 파쇄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국가 자격증 시험을 주관하는 국가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최돈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지난달 전국 280여 개 고사장에서 올해 처음으로 치러진 '정기 기사 실기 시험'.
건설기계설비나 건축, 전기 등 각종 산업과 서비스, 기술에 관련된 국가 공인 자격증을 따기 위한 시험으로, 95가지 자격증 시험이 동시에 치러졌습니다.
응시생만 16만 명이 넘습니다.
그런데 합격자 발표 10여 일을 앞두고 답안지 600여 개가 누락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시험을 주관한 산업인력공단이 전국 응시자 16만여 명 가운데 609명의 답안지가 사라진 것을 확인한 건, 지난 20일, 시험을 치른 지 20여 일 뒤였습니다.
채점을 위해 답안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서울의 한 고사장 응시자 609명의 답안지가 통째로 사라진 겁니다.
모두 파쇄됐기 때문입니다.
▶ 스탠딩 : 최돈희 / 기자
- "시험이 끝난 뒤, 해당 고사장 응시생들의 답안지는 이곳으로 운반됐는데, 이후 인수인계 착오로 채점시설로 보내지 않고 파쇄해 버린 겁니다."
공단의 실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보내지도 않은 답안지를 '보냈고 잘 받았다'며 서명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문제가 불거지자 공단 이사장이 직접 나서 사과했습니다.
▶ 인터뷰 : 어수봉 /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 "자격 검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앞장서 지켜야 할 공단에서 이번과 같은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공단 측은 해당 응시생에 대해 전원 재시험을 치른다는 계획이지만, 수험생들은 황당한 업무 처리에 분통을 터뜨립니다.
▶ 인터뷰(☎) : 자격증 준비생
- "어떻게 믿고 시험을 볼 수 있겠어요. 그리고 그동안 제 노력은 누가 보상을…"
앞서, 공단은 지난해에도 산업안전기사시험에서 엉터리 채점으로 400명이 불합격됐다 다시 합격 처리시켜 문제가 된 바 있습니다.
MBN뉴스 최돈희입니다.
[choi.donhee@mbn.co.kr]
영상취재 : 김병문 기자 조영민 기자
영상편집 : 김상진
그래픽 : 임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