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타려고'…설계사와 공모 후 고교 동문 살해한 40대

피해자 사망 보험금 수익자 자신으로 계약서 위조

↑ / 사진 = 연합뉴스

수억 원대 생명 보험금을 노리고 필리핀에서 고등학교 후배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오늘(22일) 부산지검 강력범죄수사부는 강도살인 및 사기 등의 혐의로 40대 A 씨와 범행에 가담한 보험설계사 B 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습니다. B 씨는 사기미수, 사문서 위조 및 행사 등의 혐의를 받습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 씨는 2020년 1월 17일 고등학교 동문인 피해자와 함께 필리핀 보라카이에 여행을 간 후 숙소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을 먹여 의식을 잃게 한 뒤 질식시켜 살해한 혐의를 받습니다.

조사 결과 두 사람은 고교 때부터 친분을 유지해 왔으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A 씨는 2019년 2월부터 5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연 5~8%의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거짓말하고 피해자에게 6000만 원을 빌렸습니다.

아울러 A 씨는 보라카이로 출국하기 7개월 전 2019년 6월쯤 평소 알고 지내던 보험설계사 B 씨와 공모하고, 피해자의 사망 보험금 수익자를 자신으로 하는 내용으로 보험 계약서를 위조해 보험회사에 제출한 것으로 조사됩니다.

이후 A 씨는 지난 1월 11일 부산지법에 보험회사를 상대로 마치 피해자가 자연사한 것처럼 꾸며 사망보험금인 6억 9000만 원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A 씨는 또 피해자가 자신에게 6000만 원을 빌렸다는 허위 공정 증서를 만들어 피해자의 유족을 상대로 빚을 갚으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피해자의 시신은 부검을 거치지 않고 현지에서 사망된 상태였지만, 검찰은 사망보험금 수익자가 가족이 아니라 A 씨인 점과 피해자의 사망 전후 A 씨의 행적, 현장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이 발견된 점을 고려해 심층 수사에 나서 A 씨의 범행을 밝혀냈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A 씨는 허위 공정 증서를 바탕으로 피해자의 유족에게 채무 변제를 요구했다가 사기미수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수감됐고, 지난 4일이 출소 예정이었으나 이번 수사 결과에 따라 재구속됐다"며 "피의자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다빈 디지털뉴스 기자 chung.dabin@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