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만든 획기적인 발명품들을 모아둔 전시장에 '인류 최초의 철갑선'이라는 타이틀로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는 우리 거북선입니다.
그런데 이 이름에 먹칠을 한 일이 생겼죠. 경남도가 '이순신 프로젝트'라며 국비와 도비 20억 원을 들여 제작한 거제 거북선이 12년 만에 달랑 154만 원에 팔렸거든요.
제작 때부터 국내산 소나무인 금강송이 아니라 저급 수입 목재를 섞어 만들었다는 '짝퉁' 논란에 흔들림이 심하고 물이 새, 바다가 아닌 조선해양문화관 앞마당에 전시되다가 7번이나 유찰된 끝에 헐값에 팔린 겁니다.
유지보수를 위해 1억 5천만 원을 더 썼지만 그래봤자 바다에 띄울 수조차 없는 애물단지가 됐으니 하늘의 이순신 장군이 통탄할 일이지요.
이렇게 혈세가 줄줄 새어나가는 건 지자체만의 일이 아닙니다. 시민단체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감사원이 여성 인권과 청소년 보호, 재외동포 협력 등 공익사업을 벌이겠다며 정부 보조금을 받은 뒤 이를 조직적으로 빼돌린 시민단체 관계자 73명에 대해 경찰에 수사 요청했는데 범죄 추정 금액만 17억 4,000만 원에 달합니다.
종군 위안부의 참상을 알린다고 하곤 가짜 출근 장부를 만들어 예산을 빼돌리고, 직원이 아닌 며느리에게 46개월간 월급을 주는가 하면 정부 보조금으로 손녀 승마용 말까지 사들인 시민단체들.
이쯤 되면 시민단체가 아니라 이미 도둑, 범죄단체 아닌가요.
이순신 장군은 전쟁 때, 그것도 예산도, 시간도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그 시절, 그 철갑선을 만들었는데 우린 넉넉한 예산과 시간을 들여서도 바다에 띄울 수도 없는 배를 만들고, 옆에선 세금까지 빼돌리다니요.
'관아의 오동나무도 나라의 것이니 함부로 베어 쓸 수 없다고 말씀드려라'
이순신이 수군만호로 근무할 당시 직속상관인 전라좌수사가 거문고를 만든다며 객사 뜰의 오동나무를 베어오라고 하자 한 말입니다.
우리가 진짜 이순신 장군의 후예 맞습니까. 철갑선을 보고 어깨가 으쓱할 게 아니라 되레 죄송함과 미안함에 고개가 숙어져야 하는 거 아닐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혈세를 물처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