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사진=웨버샌드윅 제공 |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어떤 생각으로 음식을 대하는지가 사회적, 경제적 정체성을 나타내는 척도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50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개식용 문제는 문화적 특수성과 현행법 사이에 놓인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개고기 판매는 불법입니다. 축산물 위생관리법은 소와 돼지, 닭 등을 식용 목적의 가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축산법에서 규정한 가축들은 식약처의 식품위생법에 따라 제조부터 보존 방법까지 세세한 규정을 맞춰야 합니다. 개도 축산법 상으로는 가축으로 지정돼 대량 사육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위생관리법상 개고기를 도축하거나, 팔기 위한 모든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즉, 식용 가축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다만 개식용 관련 단체는 불법으로 규정하는 법률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에 사회 고유문화로 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또 식용견이 별도로 있기 때문에 반려견과 엄연히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특히나 개식용으로 생업을 유지하고 있는 종사자들에 대한 생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관련 대책 등 합의점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입니다.
21일 MBN은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에 ‘한국의 개식용 문화는 근절해야 하는가’라고 물었습니다.
CHAT답 : 개식용 문화를 근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식용은 생명과 복지를 경시하는 행위이며, 위생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 |
↑ 사진=챗GPT 캡 |
챗GPT는 “개식용 문화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고 사회 및 문화적 맥락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개식용 문화를 근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통상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주제에 대해 챗GPT는 양측 입장을 소개하며 원론적인 답변을 하거나 두루뭉술한 입장을 내놓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처럼 단호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것은 이례적이어서 흥미롭습니다.
챗GPT는 동물복지 관점에서 개식용 문화를 근절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개식용 문화는 개에게 큰 고통과 학대를 초래할 수 있다. 개들은 사람과 긴밀한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 반려동물로서 인간의 동반자로 존중되어야 한다”며 “개의 생명과 복지를 경시하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잠재적으로 전염병과 위생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식용 개들의 산출과 관리 과정에서 위생 상태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육하며 어떤 항생제를 사용했는지 또 운송, 도축, 유통 등 식탁 위에 오르기 위한 모든 과정에서 불투명한 위생관리를 지적한 것입니다.
챗GPT는 “많은 사람들이 동물 복지와 동물 권리에 대한 인식을 키우고 있고, 동물에 대한 존중과 보호를 중시하는 문화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개식용 문화는 이러한 변화에 부합하지 않아 사회적으로 뒤처지는 요소로 인식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주장에 반대하는 의견도 존재할 수 있다”면서도 “동물 복지와 윤리적인 측면을 중요시하는 시각에서는 개식용 문화를 근절하고, 개의 보호와 존중을 중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
↑ 김건희 여사가 4월 14일 대전 중구 태평전통시장을 방문해 한 상인이 키우는 유기견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사진=대통령실 제공 |
정치권에서는 개식용 금지 법제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임기 내 개식용 종식을 선언하자 관련 법안 마련을 위한 논의가 급물살을 탔습니다.
김 여사는 최근 미국 국빈 방문 당시 백악관에서 안젤리나 졸리를 만나 “동물권 개선 문제를 지지해 달라”는 대화를 나눴습니다. 또 지난달 1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동물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개식용을 정부 임기 내에 종식하도록 노력하겠다. 그것이 저의 본분”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교롭게도 김 여사 발언 이틀 뒤 태영호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개 등을 도살 처리해 식용으로 사용하거나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태 전 최고위원은 “1,500만 반려인 시대에서 개와 고양이를 먹는 문화는 이제 근절돼야 한다”며 “우리와 감정을 교감하고 생활하는 생명에 대한 존중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이를 위한 일을 하는 것도 국회의원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간호사법, 양곡관리법 등 주요 정책마다 번번이 부딪친 더불어민주당도 이번엔 뜻을 같이했습니다.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같은 달 13일 “개식용 문제의 획을 그을 때가 됐다”며 개 불법 사육과 도축, 식용을 금지하고 관련 상인의 안정적 전업을 지원하는 특별법, 이른바 손흥민차별예방법을 발의하고 통과시키겠다고 했습니다.
![]() |
↑ 대한육견협회, 김건희 여사 규탄 기자회견. / 사진=대한육견협회 제공. |
다만 대한육견협회는 김 여사를 상대로 명예훼손과 공무원 사칭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협회는 김 여사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이익단체인 동물보호단체의 편에 서서 개고기를 금지하겠다고 하는 것은 정치 활동이며 월권이고 위헌”이라며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 반려견을 키우는 인구가 많아지고 동물보호단체 세력이 커지자 이들을 노린 포퓰리즘이라는 입장입니다.
![]() |
↑ 불법 도살 의혹을 받는 개 사육장. / 사진=동물구조119 제공 |
실제로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가 발표한 ‘2022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개를 식용으로 사육·도살·판매하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에 동의하느냐는 물음에 72.8%가 동의했습니다.
응답자 94.2%는 지난 1년 동안 개고기를 먹은 경험이 없으며, 향후 개고기를 먹을 의향이 없다는 응답은 88.6%로 국민 과반을 넘겼습니다.
전 세계 개고기 소비량으로 따져보면 중국과 베트남이 가장 많습니다. 그 다음이 한국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가 대표적인
개식용 논쟁은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가 결정된 80년대 때부터 이어져 왔습니다. 40년 동안 이어져 온 해묵은 논쟁이 문화적 영역을 넘어 식용 금지라는 제도화로 끝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