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에 '약물 50배 투여' 사망…제주대병원 간호사·검찰 쌍방 항소

檢 "피고인들 더 무겁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 제주대학교병원 / 사진 =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입원 치료 중인 영아에게 담당 의사 처방과 달리 약물을 투여해 숨지게 하고 이를 은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간호사 3명이 항소심 판단을 받게 됩니다.

오늘(18일) 제주지방검찰청은 업무상 과실치사와 유기치사 등의 혐의를 받는 제주대학교병원 간호사 A 씨와 B 씨, 수간호사 C 씨에 대한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제주지검 관계자는 "제주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제주대학교병원에서 오투약 사고가 발생해 피해자가 사망했다"며 "여기에 의료 기록지를 수정·삭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오투약 사실을 은폐해 의료기관 및 의료인에 대한 신뢰를 저해한 점 등까지 고려할 때 피고인들을 더 무겁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11일 1심 선고에서 각각 징역 1년 6개월과 징역 1년 2개월, 징역 1년을 선고받았으며 역시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1일 코로나19로 입원 치료 중이던 영아가 호흡 곤란 증상을 보이자 담당 의사는 '에피네프린'이란 약물 5㎎을 희석한 후 네뷸라이저(연무식 흡입기)를 통해 투여하라고 처방했습니다.

그러나 간호사 A 씨는 처방과 달리 이 약물 5㎎을 정맥주사로 처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에피네프린은 기관지 확장과 심정지 등 심장 기능이 멈췄을 때 심장 박동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약물입니다.

정맥주사로 약물을 투여할 경우 성인은 0.3~0.5㎎, 영아는 0.1㎎이 적정량으로 영아에게 기준치의 50배에 이르는 양을 투여한 것입니다.

A 씨의 선임인 B 씨는 약물 투여 후 피해 영아 상태가 악화해 중환자실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오류를 인지하고도 이를 담당 의사 등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간호사인 C 씨 역시 의료사고가 발생한 것을 알고도 담당 의사 등에게 보고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은폐하기 위해 A 씨와 B 씨에게 사고 보고서 작성 등을 하지 않도록 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C 씨는 영아가 중환자실로 옮겨진 뒤 의료 기록지의 의사 처방 내용 및 간호사 처치 내용도 삭제했다고 전해집니다.

결국 영아는 상태가 악화하며 약물 과다 투여 이튿날 숨졌고, 이들은 영아 장례가 끝나고 나서야 약물을 잘못 투여한 사실을 위에 보고했습니다.

1심 선고에서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간호사라면 기본적으로 인지해야 할 투약 수칙을 어겼다"며 "특히 대학병원에서 공적으로 작성한 의료기록이 수정·삭제됐다는 사실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다만 당시 코로나19로 간호사들이 격무에 시달린 점, 피고인들이 유족들에게 공탁금을 공탁한 사실을 참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다빈 디지털뉴스 기자 chung.dabin@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