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 비상식적 성대수술·2-30마리 1t 냉동탑차에 실어 질식사
↑ 이동장에 실린 반려동물들을 냉동탑차에 싣는 장면/사진=경기 양평경찰서 |
개·고양이 1256마리를 굶겨 죽인 ‘양평 고물상 동물학대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고물상 주인 60대 B씨에게 동물 처리를 맡긴 번식 동물번식업자 등 32명을 붙잡아 오늘(17일) 불구속 송치했습니다.
경기 양평경찰서에 따르면, 50대 A씨 등 동물번식업자 32명은 2020년 2월부터 지난 3월까지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한 동물 등을 선별한 뒤 이씨에게 넘긴 혐의(동물보호법 위반)를 받습니다.
A씨 등은 지난 1년여 동안 번식 능력이 떨어진 노령견 등을 한 번에 20∼30마리씩 양평의 처리업자인 60대 B씨에게 마리당 1만원에 팔아넘겨 죽음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B씨는 이렇게 사들인 반려동물 1천250여마리를 방치해 숨지게 한 뒤 고무통과 물탱크 등 자신의 주택 곳곳에 방치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징역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경기도와 인천, 강원 등에서 동물번식업을 하는 A씨 등은 수도권 일대 9곳 있는 반려동물 경매장에서 만나 서로 정보를 공유하던 중 '노령견을 싼값에 처리해주는 곳이 있다'며 처리업자 B씨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어 노령 반려동물 수가 어느 정도 쌓이면 B씨에게 연락해 한 번에 20∼30마리를 수거해가도록 하고, B씨는 여러 마리가 동시에 들어 있는 동물 이동장을 자신의 1t 냉동탑차에 무더기로 실어 수거해갔습니다.
비용은 주로 현금으로 지급했으며, 경기도 김포시와 남양주시, 인천 강화군 소재 경매장 인근에서 만난 것으로 조사 됐습니다.
밀폐식 구조인 냉동탑차에 실린 반려동물들은 양평의 B씨 주택으로 이동하는 3∼4시간 이내에 대부분 질식해 도착하기도 전에 숨이 끊어졌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또 1천 마리가 넘는 반려동물이 드나들었음에도 인근 주민들은 짖는 소리 등을 거의 듣지 못했는데, 이 역시 이미 숨진 동물들을 가져다 유기만 했기 때문인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냉동 탑차 안에서 이미 죽은 개들을 이씨가 물통에 쌓아뒀고, 이 때문에 고물상 주변에선 개가 짖는 소리를 들은 사람이 없었다”며 “이씨에게 개를 넘긴 농장주들이 이씨가 개를 키우려는 게 아니라 죽여서 처리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고 말했습니다.
↑ 개·고양이 1256마리를 굶겨 죽인 ‘양평 고물상 동물학대 사건’/사진=동물권단체 케어 |
팔려나간 반려동물들은 대부분 소형견이었으며, 대부분 팔리기 전부터 이미 영양 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해 극도로 마른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적발된 동물번식업자 중 7명은 동물생산업 허가를 받지 않고 개 농장을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이들 중 1명인 C씨는 수의사 면허가 없음에도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반려견들에게 불법 성대 수술을 했고, 다른 2명은 C씨에게 자신들의 강아지를 불법 수술해달라고 의뢰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앞서 체포된 B씨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 1년 6개월여치를 분석, 1천여건의 통화기록 중 동물번식업자의 번호를 일일이 조사해 이들을 입건했습니다.
A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노령견들을 B씨에게 보낸 것은 맞지만 곧바로 죽을 줄은 몰랐다"고 혐의를 일부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노령 등으로 상품 가치가 떨어진 반려동물을 싼값에 처리하기 위해 죽일 것을 알면서 B씨에게 넘긴 것으로 보인다"며 "행정관청과 협업해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개·고양이 1256마리를 굶겨 죽인 ‘양평 고물상 동물학대 사건’/사진=동물권단체 케어 |
앞서 개와 고양이 등 동물에게 물과 먹이를 주지 않아 죽게 만든 혐의(동물보호법 위반)로 구속 기소된 이씨에 대해 수원지법 여주지원 형사1단독 박종현 판사는 지난 11일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동물보호법 위반 사범에게 법정 최고형이 선고된
이씨는 지난달 18일 결심 공판에서 “장애 3급 아들의 치료비와 가족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본의 아닌 일을 했다”고 선처를 호소했지만, 재판부는 “학대 내용과 그 정도, 개체 수, 피해 동물 고통 등을 고려할 때 죄책이 매우 중해 엄벌을 피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김누리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nu11iee9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