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 당시 경찰관을 밀치고 올라가는 '흉기난동' 피해자 40대 여성의 남편. / 사진=연합뉴스 |
“경찰관들은 범인을 데리고 내려가면서 바닥에 흥건한 피도 밟지 않으려고 피했고 아내를 같이 데려가달라는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지난 2021년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당시 부실 대응 논란이 일은 경찰관이 혐의를 부인하자, 피해자가족이 현장 정황을 증언하며 엄벌을 촉구했습니다.
인천지법 형사17단독 이주영 판사는 오늘(15일)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A 전 경위와 20대 여성 B 전 순경의 2차 공판기일을 열고 증인신문을 진행했습니다.
이날 증인으로 나선 피해자 남편 C 씨는 “당시 위층에 살던 범인이 계단으로 내려와 있던 걸 난간 틈 사이로 봤다”며 “범인이 흉기로 사람 찌를 거라곤 생각지 못해 A 전 경위를 따라 빌라 밖으로 나갔다”고 말했습니다.
B 씨 측 법률대리인은 과거 범인이 피해자 가족들에게 수차례 위협을 가한 적이 있다며 “(C 씨만) 1층으로 내려가면서 위험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냐”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C 씨는 “설마 경찰이 있는데 그렇게 해코지하겠나”라며 경찰을 믿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계단을) 올라가면서부터 (경찰을) 계속 불렀다”고 했습니다.
그는 “경찰관들이 밖에 있는 사이 제가 칼등으로 범인을 기절시켜 제압했더니 뒤늦게 경찰관들이 올라왔다”며 “범인에게 수갑을 채운 뒤 일으켜 세워서 그냥 내려가더라”라고 회상했습니다.
또 “사건 당시 탈진해서 (아내를 병원에 데리고 가달라고) 도움을 요청했으나 경찰관들은 바로 조치하지 않았다”며 “그때만 아내를 병원에 데리고 갔더라면 심정지도 없었을 것이고 뇌가 괴사하는 일도 없이 지금쯤이면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절규하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딸 또한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온 가족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C 씨는 “(현장에 있었던) 저희 딸은 아내가 범인에게 칼을 맞고 쓰러지는 걸 바로 앞에서 목격했다”며 “범인이 칼을 찌르는 것을 손으로 막고 대치하다가 얼굴에 상처를 심하게 입었으며 성형외과 교수는 상처가 영원히 남을 거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극심한 트라우마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술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한다”며 “대학병원에서도 딸에게 정신과 병동에서 치료받는 게 어떻겠냐고 말을 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비겁한 경찰들이 조직에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법이 허락하는 최고의 형을 내려주셔서 가족이 조금이나마 위안받게 해달라”고 엄벌을 촉구했습니다.
앞서 A 씨와 B 씨는 지난 2021년 11월 인천 남동구 한 빌라에서 발생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당시 현장에 출동해 부실하게 대응하는 등 직무를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사건 당일 해당 빌라 4층에 거주하던 40대 남성 D 씨는 같은 빌라 3층에 사는 40대 이웃여성과 그의 20대 딸 등 일가족 3명에게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A 씨와 B 씨는 삼단봉, 테이저건 등을 소
이들은 사건 직후 부실하게 대응한 사실이 드러나 성실의무 위반 등으로 해임됐습니다.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D 씨는 1심에서 징역 2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