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MBN PICK |
"어떻게 안될까?"
저에게 한 구급 대원이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그 분이 당직 근무를 설 때, 몇 번이나 '자살 시도' 신고를 받고 출동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가족이나 지인이 "극단적 선택을 할 것 같다. 불안하니 얼른 가봐 달라"고 신고한 거죠. 가보면, 대부분 집에 없는 척하거나 문을 잘 열어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도 소방과 경찰은 끝까지 확인을 해야죠. 무사한지, 그리고 또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진 않을지 몇 시간이 걸리더라도 확인을 하고 발길을 돌립니다. 그렇게 2시간은 넘게 설득에 쓰기도 한다고 합니다.
현장 구급 대원과 경찰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을 구출하기 위해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하는 사람들로, 모든 모습을 봅니다. 그 말의 무게가 무거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분은 저에게 "그런 분들을 만날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프고 무겁다"며 "어떻게 도울 방법이 없을까"라고 한탄을 쏟아냈습니다.
실제 통계를 보겠습니다.
안구 10만 명당 어떤 원인으로 가장 많이 사망했는지 나열해보면,
1위 암 (161.1명)
2위 심장질환 (61.5명)
3위 폐렴 (44.4명)
4위 뇌질환 (44.0명)
5위 자살 (26.0명)
6위 당뇨병 (17.5명)
실제 '자살'은 우리나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사망 원인이 됐습니다. 연령별로 보면, 가장 건강한 나이대인 10대부터 30대까지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입니다. OECD 통계에서도, 한국이 자살률 압도적 1위이죠.
실제로 취재로 만난 사례는 너무 많습니다.
지난 달 한 10대가 “저는 이만 가겠습니다. 카메라는 어디에 설치하면 좋을까요?”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라이브카메라를 켜놓은 채 강남 고층빌딩에서 뛰어내린 건 사회에 충격을 안겨줬죠.
지난 달 27일 서울 서초에선 오랜 기간 암 투병을 했던 아내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던 남편의 사연이 잠시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오랜 기간 이어진 가족의 투병 생활을 개인이 오롯이 자면서, 간병 살인과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 슬픈 사건이었죠.
↑ 출처 = MBN PICK |
자살 방지 대책 주무부처는 보건복지부의 대책은?= 마침 지난 4월 14일 발표한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살펴봤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 "일반인 대비 자살 위험이 높은 자살 시도자·유족의 정보를 정신건강복지센터(자살예방센터)로 연계하여 상담이나 치료 를 받게 한다"는 부분입니다. 자살 시도자의 경우 다른 사람들보다 20∼30배 이상(2013 자살실태조사), 유족의 경우 8∼9배 (삼성서울병원, 2018) 극단적 선택 위험이 높기 떄문입니다.
또한 발표에 따르면, 극단적 선택의 주된 이유는 정신적 문제(39.8%), 경제생활 문제(24.2%), 육체적 질병 문제(17.7%) 순입니다. 따라서 ▲정신건강검진 주기도 10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기로 했습니다
이 외에도 전국 17개 시·도에 ▲생명존중안심마을을 조성하여 지역특성에 따른 맞춤형 자살예방사업을 추진한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지역 사회를 가동해서 예방해보겠다는 취지로 이해됩니다.
가장 중요한 10대 청소년 자살 예방 대책도 살펴봤습니다. 그대로 가져와봤습니다.
** (학교)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로 위험요인 조기발굴 및 진료·치료비 지원 등 사후관리 강화(교육부)
이런 대책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짚어볼 지점은 있어 보입니다.
학생들 자살 원인이 무엇일까? = 지난 2021년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실이 제출받은 교육부의 '학생 자살현황' 자료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추정 원인별 학생 자살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6~2020년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집계된 인원은 654명입니다.
5년동안 극단적 선택을 한 654명 중 235명(35.9%)이 극단적 선택의 원인 미상으로 나타났고, 폭력이나 집단 괴롭힘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을 한 학생은 0명으로 제출됐습니다. 언론에 보도된 학교폭력과 자살 사건만 해도 몇 건이 있지만 통계에는 0명으로 잡힌 겁니다.
그렇다면 간병 동반 자살은? = 간병 살인과 자살, 혹은 동반 자살은 국가적 차원에서 막을 수 있어 보입니다. 요양이나 간병을 오롯이 개인에게만 맡기지 않고 국가가 적절히 부담해주기만 해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초고령 사회에 들어선 일본이 10여년 전부터 스트레스로 인한 간병 살인 및 자살 통계를 집계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죠. 또한 외국인 간병인을 적극 도입하는 배경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일본과는 달리 간병 자살의 통계는 집계되지 않고 있습니다. 보통 아픈 가족을 오랜 기간 돌보다가 지치고 힘들어서 같이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살인을 한 뒤 스스로 자살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아직 세상에 도전할 것이 많은 10대가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유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는데, 아이들의 '심리상담'과 '고위험군 발굴'이 가능할 지 의문이 드는 부분입니다. 마찬가지로, 외국과 달리 간병이나 요양시설이 부족한 한국에서 오롯이 개인의 부담으로 내몰리는 간병 문화를 고치기 위해선 통계도 필요한 지점입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주진희 기자 / jhookiz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