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에 기준치 '50배' 약물 투여·은폐한 간호사들…징역형 선고

간호사 2명, 수간호사 1명…각각 징역 1년 2개월, 1년 6개월, 1년 선고
법원 "은폐가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아냐…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무죄"
"유족 위해 각 5000만 원을 공탁한 점 등 고려"…유족 "돈 달라고 했나"

↑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이미지.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에 확진돼 입원 치료 중인 영아에게 약물을 과다 투여해 숨지게 하고. 사실을 은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간호사 3명이 전원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제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오늘(11일) 업무상 과실치사, 유기치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제주대학교병원 간호사 A 씨와 B 씨에 대해 각각 징역 1년 2개월과 1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또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수간호사 C 씨에 대해서는 업무상 과실치사는 무죄로 보고, 유기치사 혐의만 인정해 징역 1년만 선고했습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1일 코로나로 입원 치료 중이던 영아가 호흡 곤란 증상을 보이자 담당 의사는 '에피네프린'이라는 약뮬 5㎎을 희석한 후 네뷸라이저(연무식 흡입기)를 통해 투여하라고 처방했습니다.

하지만 간호사 A 씨는 의사 처방과 달리 약물을 정맥주사로 투약했습니다. 에피네프린을 소아에게 직접 주사할 때 적정량(0.1㎎)의 50배에 달하는 약물을 한꺼번에 투약한 겁니다.

A 씨와 같은 팀의 선임인 B 씨는 약물 투여 후 피해 영아의 상태가 악화해 중환자실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오류를 인지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담당 의사 등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간호사인 C 씨 역시 의료사고가 발생한 것을 알고도 담당 의사 등에게 보고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은폐하기 위해 A 씨, B 씨에게 사고 보고서 작성 등을 하지 않도록 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약물 처방 내용과 처치 과정 등 기록을 여러 차례에 걸쳐 삭제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영아는 약물을 과다 투여받은 이튿날 숨졌습니다. 이들은 영아가 사망한 후 나흘 후에야 약물 과다 투여 사실을 상부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제주지방법원 외경. / 사진 = 연합뉴스

재판부는 잘못된 투약으로 영아가 사망한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다만 "담당의사의 진술을 보면 피고인들이 인지하고 나서 즉시 보고를 받았으면 피해자에 대한 치료 방법이 조금은 달라졌겠지만 피해자 상태가 급격히 바뀌지는 않았을 것 같다고 했다"면서 "담당 의사 등 위에 보고 하지 않은 것은 업무상 과실은 맞지만 그러한 행위가 사망에 직접적 원인은 아닌 만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는 무죄로 선고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의료진이 격무에 시달리고 있던 데다 이들 피고인이 잘못을 뉘우치는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유족을 위해 각 5,000만 원을 공탁한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판결 직후 방청석에 있던 유족들은 "누가 돈을 주라고 했나", "돈 냈다고 형량을 줄여주는 게 어디 있냐"면서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