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바지 지퍼 절반 내려가"…사라진 7분 '성폭행' 여부 쟁점

‘부산 돌려차기’ 출동 경찰관 증언
“피해자 옆 신발 가지런히 정리…의아”
피해자 친언니 “한쪽 다리에 걸쳐진 속옷”

↑ 지난해 5월 22일 부산 부산진구 한 오피스텔 1층 복도에서 30대 남성 A 씨가 20대 여성을 발로 가격하려는 모습. / 사진=MBN

지난해 부산에서 귀가하던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관련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의 증언이 나왔습니다. “피해자 바지 지퍼가 많이 내려간 상태였다”는 증언 내용에 폐쇄회로(CC)TV에 없던 7분 동안 성범죄가 일어났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부산고법 2-1형사부(최환 부장판사는)는 3일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 A 씨에 대한 항소심 세 번째 공판기일을 열었습니다. 이날 공판에는 사건 현장을 최초 목격한 경찰관 B 씨와 피해자의 친언니 C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B 씨는 출동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그는 “당시 피해자는 피를 흘리며 누워있었고, 상의는 가슴 밑까지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바지는 지퍼가 절반 이상 내려간 상태로 앞단이 바깥쪽으로 완전히 접혀 있었다”며 “맨살이 많이 보이는 상태여서 바지 앞단을 정리했다”고 했습니다.

의아한 점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 옆에 신발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고 휴대전화가 그 옆에 놓여 있었다는 겁니다. B 씨는 “현장에서 피해자가 누구한테 폭행당했다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덧붙였습니다. 속옷 착용 여부에 대해선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C 씨는 피해자가 병원으로 이송돼 환자복으로 환복시키던 때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바지가 젖을 정도로 소변이 많이 묻어 있어 옷을 얼른 갈아입혔다”며 “동생 한쪽 다리에 속옷이 걸쳐져 있었던 것을 봤다”고 했습니다. 또 피해자의 하의가 일반적으로는 벗기 힘든 특이한 버클로 돼 있었다고 묘사했습니다.

나아가 “저희 가족들은 일상생활을 제대로 보낼 수 없을 정도인데도 피고인은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엄중 처벌을 촉구했습니다.

재판부는 “발견 당시 피해자의 옷매무새 증언이 대부분 일치한다. 증인들의 진술에 따르면 일반적인 사람이 쉽게 벗기 힘든 구조의 청바지에 대해 증언만으로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법정에서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할 것 같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에 검찰은 DNA 채취를 위해 대검찰청에 있는 피해자의 청바지를 확보해 검증 신청하겠다고 했습니다.

↑ 지난해 5월 22일 부산 부산진구 한 오피스텔 1층 복도에서 30대 남성 A 씨가 여성을 폭행한 뒤 피해자를 CCTV가 없는 사각지대로 옮기는 모습. / 사진=MBN

앞서 A 씨는 지난해 5월 22일 새벽 부산 부산진구 서면 한 오피스텔 1층 복도에서 피해자 뒤를 쫓아가 발차기로 여러 차례 머리를 폭행해 쓰러뜨린 혐의를 받습니다. 이후 CCTV가 없는 사각지대로 피해자를 옮겨 7분 후 오피스텔 밖으로 나갔습니다.

A 씨는 1심에서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가운데, A 씨와 검찰 모두 항소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입니다. 항소심에서는 사라진 7분 동안의 A 씨의 성범죄 여부를 다투고 있습니다.

한편, 다음 기일은 오는 17일이며, 변론기일과 청바지 검증 기일도 함께 진행됩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