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꼼짝 못하게 해놓고, 넌 즐겁나 봐"...전 연인 살해 혐의 60대 남성 2심도 중형

"양형 부당하다" 피고인, 검사 모두 항소했지만 원심 유지

전 애인이 자신을 스토킹으로 신고한 뒤 좋아 보인다며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혐의를 받는 6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오늘(30일) 수원고법 형사1부(박선준 정현식 배윤경 고법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보복살인) 및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혐의와 관련해 65세 남성 A 씨가 징역 30년을 받은 원심 판결이 부당하다며, A 씨와 검사가 제기한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유지했습니다.

↑ 수원지법, 수원고법 전경 / 사진=연합뉴스

A 씨는 지난해 6월 8일, 헤어진 연인이자 같은 건물에 살던 47세 여성 B 씨가 자신의 집 현관문 앞을 지나가던 것을 보고 집에서 흉기를 들고 나가 B 씨를 건물 계단 아래로 밀쳐 넘어뜨린 뒤 흉기로 20차례가량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당시 A 씨는 현관문 앞에 자신이 설치한 CCTV를 통해 B 씨가 공동 현관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확인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A 씨는 검찰에서 "나를 스토킹 혐의로 신고해놓고 B 씨는 기분 좋게 돌아다니는데, 나는 꼼짝 못 하는 것에 화가 나 범행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별을 통보한 B 씨에게 욕설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던 A 씨는 경찰관의 경고에도 B 씨에게 전화를 반복하거나 길에서 만날 때 B 씨의 진로를 막는 등의 방법으로 스토킹한 혐의도 받았습니다.

1심은 A 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하고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를 명령했지만, A 씨와 검사 측 모두 양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습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원심의 형량을 변경할 만한 새로운 사정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이 엄중한 처벌을 자청하면서도 보복 목적을 부인하는 등 범행을 진심으로 반성하는 것과 일부 모순된 태도를 보이는 것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원심 형은 법률상 처단형(징역 10∼33년)과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징역 18∼33년)의 범위 내에서 가장 중한 형량에 가깝게 산정됐기 때문에 원심의 형이 가볍다는 검사의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주나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uliet3122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