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소 앞엔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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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 사기 피해자 눈물의 발인 / 사진=연합뉴스 |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중 세번째로 극단적 선택을 한 A씨(31·여)의 발인이 오늘(20일) 새벽 진행되었습니다.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 장례식장에선 슬픔에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아버지 B씨(54)의 서글픈 울음소리만 울려 퍼졌습니다.
전세 사기로 보증금 9000만원을 잃고 숨진 피해자 A씨의 발인식은 유족의 끝없는 오열 속에 치러졌습니다.
B씨는 비틀거리는 다리에 애써 힘주며 딸의 관이 운구차에 실리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영정을 두 손에 든 여동생은 내내 고개를 떨군 채 침통한 표정이었습니다.
이날 인천시 중구 인하대병원 빈소 앞에는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화환이 놓여 있었습니다. 유망한 운동선수였던 고인을 기리고자 여러 체육 단체에서 보낸 화환들도 자리를 지켰습니다. 빈소에서는 목 놓아 우는 애달픈 소리만 간간이 새어 나왔습니다.
A씨가 살던 아파트는 지난해 전세 사기 피해로 전체 60세대가량이 통째로 경매에 넘겨졌습니다. 그는 재계약을 하면서 임대인 요구로 보증금을 9000만원으로 올려줘 최우선변제금조차 받지 못했습니다.
소액임차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일정 금액의 최우선변제금을 보장받지만, 2017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전세보증금이 8000만원 이하여야 최우선변제금으로 2700만원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30대 청년에게 9000만원은 사실상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돈이었습니다.
A씨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국내 최연소 육상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돼 여자 해머던지기 종목 5위를 한 유망주이기도 했습니다.
국내외 대회에서 선전하며 선수와 코치 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2019년 9월 인천 미추홀구에 정착한 뒤 '건축왕 전세 사기' 사건의 피해자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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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인의 관에 목례하는 유족들 / 사진=연합뉴스 |
관은 박모씨와 이웃이기도 했던 전세 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관계자 등의 손에 들려 운구차에 실렸습니다.
아버지 B씨와 여동생, 대책위 관계자들은 차에 실린 관에 고개 숙여 목례하며 마지막 인사를 보냈습니다.
대책위 관계자는 "유족들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며 언론 인터뷰를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A씨는 지난 17
앞서 지난 2월 28일과 지난 14일에도 건축왕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20∼30대 피해자 2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서예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lanastasia776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