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 중구 인하대병원 장례식장에 인천지역 3번째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 A씨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
인천시 미추홀구 전세 사기 피해자로 극단적 선택을 한 30대 여성 A씨는 과거 국가대표를 지낼 만큼 유망한 육상선수였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17일 새벽 31살 A씨는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내용이 담긴 유서와 함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A씨는 과거 해머 던지기 종목에서 2008년 전국체육대회 우승을 차지하고,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국내 최연소 육상 국가대표로 출전해 여자 해머 던지기 종목에서 5위를 기록할 만큼 전도유망한 선수였습니다.
이후 지난해 말까지 선수 생활을 하다가 최근 애견 미용 관련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등 제 2의 인생을 대비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A씨가 인천 미추홀구에서 전세 계약을 한 건 지난 2019년 9월입니다. 건축왕으로 불리는 건축업자 남모 씨 일당에게 보증금 7,200만 원을 주고 전세 계약을 맺었습니다. 2년 뒤인 2021년 9월에는 임대인의 요구로 25%에 해당하는 1,800만 원을 올린 9,000만 원에 재계약을 했습니다.
지난해 6월에는 A씨가 사는 아파트가 경매로 넘어갔는데, A씨는 결국 전세금을 모두 날릴 처지에 놓이게 됐습니다.
A씨의 전세 보증금이 8,000만 원 이하였다면 최우선변제금으로 2,700만 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재계약 당시 계약금이 9,000만 원으로 인상돼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게 된 겁니다.
이후 A씨는 상수도 요금 독촉장을 받을 정도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습니다.
↑ 17일 오전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 A씨가 거주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아파트 앞 쓰레기봉투 안에 수도 요금 독촉장이 놓여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
A씨 아버지는 "우리 큰딸은 자신이 힘든 일이 있어도 내색하지 않고 항상 아버지 걱정만 했다"며 "2주 전에 건강은 괜찮으시냐고 묻던 딸의 안부 전화가 마지막 통화가 됐다"고 슬픔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어 "단둘이 일본 여행도 가고 가장 최근에는 강원도도 다녀올 정도로 아비를 챙기던 자식이었다"며 "수도 요금을 못 내는 상황인데도 혼자 견딘 걸 생각하면 너무 힘들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지난 2월 28일과 지난 14일에도 건축왕 남모 씨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20~30대 피해자 2명이 숨진 채 발견된 바 있습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18일) 국무회의에서 전세 사기 피해 매물의 경매 일정을 중단하는 방안을 시행하라고 지시했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