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수위 낮아 '여론 공분'에 기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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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음주운전 사망사고 유족의 글.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음주 운전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유족이 올린 ‘음주운전 사고가 반갑다’는 역설적인 제목의 글이 온라인상에서 안타까움과 함께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음주 사고가 나는 게… 반갑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A씨가 이 글을 올린 건 지난 8일 초등학생 배승아(9)양의 목숨을 앗아간 대전 스쿨존 음주 사고가 도마 위에 올라 사회적 공분이 커진 때로 보입니다.
음주 운전 사고로 아버지를 잃었다는 걸 밝힌 글쓴이 A씨는 "피해자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저한테는 간절하다"라고 글을 시작했습니다.
A씨에 따르면 A씨의 아버지는 차를 타고 귀가하던 길에 음주 운전 차량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사고 당시 가해 차량 운전자였던 동네 주민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에 대해선 현재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불구속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그는 "가해자는 자기 집에서 따뜻한 밥 먹고 가족들이랑 웃으면서 누가 또 술 먹고 사람 치었다는 뉴스를 보고 있겠죠. 검찰로 갔었는데 경찰 조사 보완하라고 다시 내려왔다더라"라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A씨에 따르면 검찰은 처음에 가해자를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하려고 했었습니다. A씨의 아버지가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과실이 있고, 가해자가 피해자를 구조하려는 듯한 모습이 블랙박스에 찍혀있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A씨의 가족은 변호사를 만나고 더 무너져 내렸습니다. 변호사로부터 "이 정도는 실형 안 나온다. 보완 수사하라는 게 무슨 말이겠냐. 피해자 과실도 본다는 뜻"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변호사는 당시 "검찰로 다시 넘어가기 전에 다른 음주사고가 화제가 돼서 높은 형량이 구형되길 기다려라. 그러면 이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A씨는 "상담 후로 음주사고 소식이 반갑다. 슬프고 아픈 사고일수록 더 반갑다"라며 "그래서 판사님이 이전 형량보다 세게 때리면 우리 아빠 죽인 가해자가 단 한 달이라도 실형을 살 거라는 기대를 할 수 있으니까"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사고 뉴스를 볼 때마다 '집행유예 가능성이 99%라고 했는데 이젠 96%쯤 되지 않았을까. 이제는 80%쯤 되려나'하는 생각을 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이런 기대를 하고 살아야 하는 게 정상이 아니라는 걸 안다"며 "근데 이런 말도 안 되는 기대를 하고 살 수밖에 없는 세상이 피해자 가족들 앞에 놓여있다. 제발 피해자 가족들을 두 번 죽이는 판결을 하지 말아달라"라고 호소했습니다.
이어 배승아양의 사건에 대해 "모든 뉴스가 스쿨존 얘기만 하더라. 술 취한 사람한테 스쿨존이 무슨 소용인가. 음주운전이 살인행위라면서 왜 중형으로 다스리질 않는가"라고 했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사건이 다시 검찰로 넘어가기 전에 가해자의 형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더 많은 음주사고가 생겼으면 좋겠다"라면서도 자신의 생각이 정상이 아니라는 걸 안다고 했습니다. A씨는 "이런 말도 안 되는 기대를 하고 살 수밖에 없는 세상이 피해자 가족들 앞에 놓여있다"라며 "제발 피해자 가족들을 두 번 죽이는 판결을 내리지 말아달라"라고 재차 호소했습니다.
A씨 글에는 많은 공감과 위로가 이어졌습니다. 또 자신도 음주운전 사고로 가족을 잃었다며 다른 유족들이 각자의 사연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한편 2018년 도입된 윤창호법에 따르면 음주운전 사망사고 가해자는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윤창호법 실행 이후에도 현재까지 국내에서 내려진 음주운전 사망사고 판결 중 최고 형량은 8년에 불과합니다.
[서예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lanastasia776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