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사법절차는 수사와 기소, 재판을 통해 유무죄가 가려집니다. 일반적으로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됩니다. 하지만, 기소 전이라도 검찰이 구속 영장을 청구해 법원이 발부하면 즉각 신체적인 자유가 제약됩니다. 수사기관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동시에 피의자가 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되면 방어권이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강력한 반발이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형사소송법을 보면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는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70조(구속의 사유) ①법원은 피고인이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다. <개정 1995. 12. 29.>
1.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2.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3.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우선 전제 조건은 피고인이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한 마디로 유죄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때문에 언론은 구속영장의 발부 여부를 놓고 초기 수사의 분수령이라고 해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바로 '도주 우려'와 '증거 인멸 우려'라는 조건이 추가로 충족돼야 합니다. 이 중 '도주 우려'는 말 그대로 피의자가 도망칠 가능성을 뜻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요 사건의 경우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 특히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면 법조계에서는 도주의 우려가 있는 것으로 봅니다.
대법원 예규에는 조금 더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있습니다.
제49조(도망할 염려)
구속의 사유 중 도망할 염려는 다음 각호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
1. 범죄사실에 관한 사정
(1) 범죄의 경중, 태양, 동기, 횟수, 수법, 규모, 결과 등
정치인들이 "내가 어디를 도주하겠느냐?"라며 구속 수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법적으로 적합한 대응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전직 대통령이나 대기업 총수들은 도망칠 가능성은 크지 않겠지만,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면 영장이 발부된다"고 언급했습니다.
'증거 인멸 우려'에 대해서도 오해가 있습니다. 정치적 공방이 거센 수사를 진행할 때 변호인이 "검찰이 여러 차례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를 다 가져갔는데 어떻게 증거를 없앨 수 있겠느냐"고 반문을 하곤 합니다.
제48조(증거를 인멸할 염려)
구속의 사유 중 증거를 인멸할 염려는 다음 각호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
…
4. 피의자측이 피해자 등 증인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압력이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
대법원 예규를 찾아보면 '항목 증인에 대해 압력이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인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직전 이 대표의 측근인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진상 전 부실장을 면회한 사실을 공개하며 공세를 펼친 일이 있습니다. 바로 증인을 회유해 증거 인멸을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부각시키려는 전술로 해석됩니다.
최근 실제 구속 영장 기각 사유를 살펴보겠습니다. 영장 발부 여부를 놓고 외압 논란이 종종 빚어지자 영장전담 판사들은 결과에 대한 이유를 비교적 소상히 공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영장실질심사 출석 앞두고 취재진 만난 한상혁 방통위원장 |
기각사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지난해 법원은 백운규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했습니다.
기각사유(요약)는 아래와 같습니다.
2. 피의자가 현재 별건으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점이나 피의자의 지위, 태도 등에 비추어 도망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3.제반 정황에 비추어, 피의자가 다른 피의자나 참고인을 회유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게 할 가능성이 사실상 없습니다.
물론 위에 언급된 구속 요건이 전부는 아닙니다. 영장전담 판사를 맡았던 경
[이성식 기자 mods@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