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환 목사 "우연히 발생한 희생이 아닌, 이 사회 속에서 약자가 처한 비극”
↑ 선부동 다세대주택 화재로 숨진 나이지리아 국적 4남매의 발인식/ 사진 = 연합뉴스 |
“하늘에서 더 행복한 삶을 살도록 기도하기 위해 왔습니다.”
지난 27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의 한 빌라에서 일어난 화재로 목숨을 잃은 나이지리아 국적 4남매의 발인이 31일 치러졌습니다.
이들의 발인식에는 같은 나이지리아 국적 주민과 국제학교 친구 등 80여명이 참석해 마지막 길을 배웅했습니다. 아이들의 장지는 함백산 추모 공원에 마련됐습니다.
이날 오전 안산시 군자장례식장 1층 발인실에는 화재로 세상을 떠난 4남매의 영정이 나란히 놓였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추모 예배에는 시민 50여명과 안산 나이지리아 공동체 주민, 숨진 아이들과 함께 국제학교들 다니던 친구들이 참석했습니다.
상복을 입은 아이들의 어머니는 연신 고개를 떨구며 눈물을 흘렸고, 휠체어에 탄 채 선글라스로 눈을 가린 아버지는 미동도 없이 예배 진행을 지켜봤습니다.
↑ 선부동 다세대주택 화재로 숨진 나이지리아 국적 4남매의 발인식/ 사진 = 연합뉴스 |
예배는 이들 부부를 대신해 피해지원대책위원회를 결성해 빈소 마련을 도운 박천응 안산다문화교회 목사의 집례로 진행됐습니다.
예배에서 박인환 화정감리교회 목사는 “건강하지 못한 사회에서는 항상 약자들이 위험에 노출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참석자들도 “우연히 발생한 희생이 아니라, 이 사회 속에서 약자가 처한 비극”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예배에 참석한 이민근 안산시장은 "이번 화재 사고를 통해 더 안전한 도시를 만드는 데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겠다"며 "이후 (가족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기와 어려움에 대해선 시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모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함께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고영인(안산단원갑) 의원은 "단란하게 뛰놀던 아이들이 갑작스레 변을 당한 것을 보며 형언할 수 없는 아픔을 느꼈다"며 "코리안드림을 꿈꾸는 이주민들의 어려움과 열악한 환경을 바로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한 나이지리아 대사관 관계자들도 추모 예배에 참석해 고인들의 마지막 넋을 기렸습니다.
나이지리아 국적 주민들은 영정 앞에서 아프리카 전통 추모곡을 함께 부르며 숨진 아이들을 애도했습니다.
추모곡은 영혼을 하나님께 부탁하며, 이승에서 잘 살아준 고인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예배에 참석한 한 나이지리아 국적 주민은 “아이들의 안타까운 소식에 한국에 있는 모든 나이지리아인이 깊은 슬픔에 빠졌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지난 27일 오전 3시28분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의 한 3층짜리 빌라 1층 A씨의 집에서
집에는 A씨 부부와 자녀 5명 등 모두 7명이 있었는데, A씨 부부가 두살 배기 막내를 대피시킨 뒤 거센 불길 탓에 다른 자녀들은 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누리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r50261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