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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지리아 네 남매 빈소/사진=연합뉴스 |
29일 오후 5시20분쯤 경기 안산시 군자 장례식장에 화마로 숨진 4남매의 빈소가 차려졌습니다.
집안 화재 때 5남매 중 2살배기 막내와 가까스로 탈출한 부부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가 이날 오후 빈소를 찾았습니다.
양발과 손가락 마디마디에 붕대를 감은 아버지는 휠체어를 타고 네 자녀를 보러왔고 허리 골절상을 입은 어머니도 부축을 받으며 도착했습니다.
어머니는 "불이 났을 때 첫째가 방 안에서 '마미 헬프 어스', '헬프 어스'를 계속 외쳤는데 아이들을 구하지 못해 가슴이 찢어진다"고 자녀들이 다녔던 학교 선생님들을 붙잡고 오열했습니다.
5남매 중 첫째 아나스타샤 양(11)과 셋째 케네디 군(5)은 안산시의 한 다문화 외국인 대안학교에 다녔는데, 아나스타샤를 네 살때부터 봐왔다는 학교 선생님 이지니씨(55)는 "아나스타샤는 패션디자이너가 꿈인 소녀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생들이 많다보니 밑에 동생이 아프면 학교에 못오고 집에서 동생들을 돌보던 의젓하고 착한 아이였다"며 눈물을 훔쳤습니다.
최혁수 교장선생님은 "이들 가족은 화목했고 아버지도 성실히 사셨던 분"이라면서 "천국가서 고통없이 살라"며 아이들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더불어 이날 오후 5시35분쯤 이민근 안산시장도 빈소를 찾아 이들 가족을 위로했는데, 이 시장은 이들 부부에게 "시가 할 수 있는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5남매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온정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장례식장측은 빈소를 무상으로 제공했고 안산시에서 장례비용 일체를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시는 또 이들 가족에게 주거비와 생계비 등의 긴급 지원을 하겠다는 계획이라고 합니다.
한편 A 씨 부부는 15년 전 무역 비자로 입국한 등록 외국인 신분이어서 기초생활수급자 지정 등 국내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05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으로 일부 외국인에게도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
이번 일을 계기로 '코리안 드림'을 품고 이 땅에 찾아온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에게도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법적·제도적 장치를 보완해야 할 공감대이기도 합니다.
[양서정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1023ashle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