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연 네이버 대표도 공식 추모
↑ 조광현 할아버지(왼), 조 할아버지가 쓰던 지식인 아이디 / 사진 = 유족 제공, 지식인 캡처 |
네이버 '지식인' 코너에서 20년 가까이 활동하며 '지식인 할아버지'로 이름을 알린 조광현 씨가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추모의 물결이 일고 있습니다.
오늘(29일) 유족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녹야(綠野)'라는 아이디로 네이버 지식인에 재치 넘치는 답변을 남겨온 조광현 씨가 지난 27일 밤 10시쯤 서울의 한 병원에서 향년 87세의 나이로 별세했습니다.
조 씨는 서울대학교 치대를 졸업한 후 1962년부터 1995년까지 33년 동안 치과를 운영했습니다. 이후 당뇨로 병원 문을 받아야만 했던 조 씨는 69세였던 2004년부터 네이버 지식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전문 분야인 치의학 관련 질문은 물론 음식, 연애, 결혼, 취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치 있는 답변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예컨대 '할아버지, 제가 요즘 공부도 재미없고 지루한데 조언 좀 해주세요'라는 물음에 조 씨는 "나는 공부가 재미없고 지루한 사람한테는 할 얘기가 없습니다. 내 얘기도 지루할 테니까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은 세뱃돈이나 한 달 용돈이 얼마 정도나 될까요'라는 물음에는 "그런 생각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자꾸 살기가 힘들어지고 싫어집니다"라고 답글을 남겼습니다.
'산타 할아버지 나이는 몇 살인가요'라는 질문에는 "아빠 나이와 동갑입니다"라고 답해 큰 호응을 받기도 했습니다. '친구에게 얼굴을 맞은 뒤 대처 방법'을 묻는 학생의 질문에 "사과받으러 갔다가 욕만 얻어먹고 왔으면 됐다. 욕값은 다 받은 셈"이라는 지난해 11월 10일 적힌 답은 조 씨의 마지막 인사가 됐습니다.
조 씨는 지금까지 총 5만 3,839건의 답변을 남겼으며 답변 채택률은 70%가 넘습니다. 조 씨는 정성스럽고 유쾌한 지식인 활동을 인정받아 2008년 네이버 파워지식인상을 받았고, 이듬해에는 명예의 전당 채택왕 상위 73위에 올랐습니다.
누리꾼들은 조 씨의 마지막 답글에 "고인의 명복을 빈다", "하늘에
네이버는 조 씨의 빈소가 마련된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최수연 대표 명의의 근조 화환을 보내고, 지식인 서비스 내 추모글을 게시하는 등 공식적으로 조 씨를 추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