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를 대상으로 영어로 수업하는 '학원'을 흔히 영어유치원이라고 부르죠.
아이가 줄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도 갈수록 주는데 이 '유아 영어학원'만큼은 그야말로 문전성시입니다.
수년째 손 놓고 있던 정부가 뒤늦게 점검에 나섰지만, 본질은 놔두고 곁다리만 훑는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박유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직장인 이 모 씨는 7살 아들을 2년째 유아 영어학원, 소위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이 모 씨 / 유아 영어학원 학부모
- "(아이) 친구를 만난 적 있는데 둘이 자연스럽게 영어로 대화하더라고요. 저희 세대만 해도 영어 하려면 경직되는 게 있는데 거리낌 없이 하는 거 보면서 상당히 만족했고요."
원비에 교재비 등 월 200만 원 넘는 금액이 부담스럽지만 이곳을 택한 이유는 또 있습니다.
▶ 인터뷰 : 이 모 씨 / 유아 영어학원 학부모
- "(교육비는) 연간 2,500~2,600만 원 정도. 아이가 우주과학에 관심이 많은데 방과후 커리큘럼도 선택할 수 있고 코딩이라든지 로봇, 세라믹, 연극…."
박 모 씨가 두 자녀의 유아기 교육을 영어학원에 맡겼던 건 '한국식 영어'에 대한 아쉬움 때문입니다.
▶ 인터뷰 : 박 모 씨 / 초등학교 학부모
- "고학년이 되면 학습식으로 영어를 공부하는 부분에서 아이가 부담감을 굉장히 느낄 것 같았어요. 즐겁게 영어를 말할 수 있으면 바라는 마음에…."
출산율이 1명을 넘지 못하는 초저출산 시대, 유치원생 수는 지난해 55만여 명으로 4년 전보다 12만 명 넘게 줄었습니다.
그 여파로 전국 유치원 459곳이 문을 닫았지만 같은 기간 44% 급증하며 나홀로 고공행진을 이어간 곳, 바로 유아 영어학원입니다.
대기자가 많다 보니 유명 학원들은 가장 어린 반조차 면접을 봐서 아이를 선별합니다.
▶ 인터뷰 : A 유아 영어학원
- "(5세 반도) 테스트 진행하신 다음 입학하면 되는데 간단한 입학테스트 진행할 예정이에요."
▶ 인터뷰 : B 유아 영어학원
- "6세부터 (입학) 가능하세요. 레벨테스트 보긴 하는데 (영어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정부는 뒤늦게 특별점검에 나섰는데, 일단 현황부터 파악하기로 했습니다.
▶ 인터뷰 : 장상윤 / 교육부 차관 (지난 24일)
- "(유아 영어학원의) 교습비, 교습과정, 운영시간, 강사현황, 그리고 교습생 모집 방식 등 꼼꼼한 실태 파악이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단속도 좋지만, 무엇보다 부모들이 조기 영어교육에 나서는 이유와 사교육에 기대는 원인을 진단해야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수 있단 지적이 나옵니다.
▶ 인터뷰 : 박창현 /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
- "대학입시 구조가 바뀌지 않는, 영유아들이 그걸 준비하게 하는 교육시스템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부모들의 불안을 타고 지속적으로 어린이 영어학원이 득세하는…."
전문가들은 다양한 방과후 수업 등 부모의 교육적 요구를 반영하면서도 놀이와 재미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유아 공교육 시스템이 정비돼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MBN뉴스 박유영입니다. [shine@mbn.co.kr]
영상취재 : 이동학 기자, 김현석 기자, 김형균 VJ
영상편집 : 이범성
그래픽 : 송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