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배기 얼룩말 '세로'의 슬픈 사연…"부모 죽은 후 반항 시작"

지난 1월 서울시설공단이 올린 사연 재조명
"부모 죽음 이후 가출하고, 캥거루와 싸워"

↑ 사진 = 연합뉴스

전날(23일) 서울 어린이대공원을 탈출해 도심을 활보했던 얼룩말 '세로'의 슬픈 사연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수컷 그랜트얼룩말 '세로'가 서울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서 탈출한 건 어제 오후 2시 40분쯤입니다.

세로는 우리 주변에 설치된 나무 울타리를 부수고 동물원을 탈출해 광진구 도로와 주택가를 돌아다녔습니다.

달리던 승용차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하는 등 위험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 사진 = MBN

세로가 생포된 건 탈출 후 3시간 30분이 지난 뒤입니다.

경찰과 소방당국, 공원 사육사들은 광진구 구의동의 한 골목길에서 세로를 둘러싸고 안전 펜스를 설치한 뒤 총기 형태의 마취장비 '블루건'을 이용해 일곱 차례 근육이완제를 투약했습니다.

마취돼 쓰러진 세로는 회색 천에 덮인 채 화물차에 실려 오후 6시10분쯤 동물원으로 복귀했습니다.

↑ 사진 = 서울시설공단 유튜브 채널

세로의 탈출 소식에 지난 1월 서울시설공단 유튜브 채널에 올라왔던 세로의 사연이 재조명됐습니다.

'얼룩말 세로의 이야기'라는 제목의 영상에 따르면 세로는 부모가 세상을 떠난 후 반항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021년 서울 어린대공원에서 태어난 세로는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습니다. 부모 곁에서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는 이른바 '부모 껌딱지'였습니다.

그런데 부모 얼룩말이 숨진 후 세로의 반항이 시작됐습니다. 집에 들어오지 않고, 옆집 캥거루와 싸우고, 사육사들에게 거칠게 대하기 시작한 겁니다.

사육사들은 세로에게 장난감도 주고, 간식도 주면서 정성스럽게 보살폈습니다. 이후 가출도 하지 않고 행복하게 잘 지내는 듯 했지만 이번에 탈출 소동이 벌어진 겁니다.

서울대공원 측은 "탈출 원인 등을 면밀히 조사해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얼룩말 건강을 위해 대공원 수의사 및 담당 사육사들이 전담해 돌볼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