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어 죽어도 안 받아"…강제징용 피해자들, '제 3자 변제' 거부 공식화

생존 피해자 전원, '제 3자 변제' 해법 공식 거부
양금덕 할머니 "대통령 옷 벗어라"

↑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긴급현안질의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3명이 정부가 추진하는 '제 3자 변제' 방식에 대해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했습니다.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김성주 할머니와 일본제철 강제노역 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는 오늘(13일) 소송 대리인을 통해 제 3자 변제를 맡게 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이 같은 뜻이 담긴 내용증명을 전달했습니다.

제 3자 변제 방식을 공식적으로 거부한 겁니다.

내용증명에는 "제 3자가 채권자의 의사에 반해 함부로 변제하여 소멸시켜도 되는 채권이 아니다. 의뢰인의 의사에 반해 변제 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18년 강제동원 피해자 15명(생존자 3명)에 대한 일본 전범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해 원고 승소 판결한 바 있습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배상 이행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정부는 지난 6일 피고인인 일본 기업 대신 행정안전부 산하 기관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서 배상금을 지급하는 '제 3자 변제'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생존해 있는 피해자 3명 전원이 이 같은 방식에 거부 의사를 밝힘에 따라 배상 절차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 강제동원 피해자 생존원고 대리인들이 13일 오전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안'인 제3자 변제방식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담은 문서를 서울 종로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기금관리단 관계자에게 전달한 뒤 접수확인을 받은 내용을 취재진에게 보여주며 이야기하고 있다 / 사진 = 공동취재

피해자 대리인 측은 민법 제 469조 제 1항을 들며 "채무의 변제는 제 3자도 할 수 있지만 '채무의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 표시로 제 3자의 변제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때'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의뢰인이 가지는 채권은 일본기업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기업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이므로 제3자가 함부로 변제해도 되는 성질의 채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이날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한 양금덕 할머니는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 그런 돈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대통령은 옷 벗으라고 하고 싶다"고 '수용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