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출생한 아동의 성비(여아 100명당 남아 수)가 104.7명으로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는 1977년(104.2명) 이후 최저치입니다.
통계청이 판단하는 출생 성비의 정상 범위는 103~107명입니다. 국내 출생 성비는 1990년 116.5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07년을 제외하곤 꾸준히 하락하고 있습니다.
↑ 성별/사진=게티이미지 |
'딸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는 "'노후에 병이 났을 때 잘 돌봐줄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경험적으로 노후에 딸이 갖는 기능적 효용을 더 크게 느끼는 부모가 많아진 듯하다”며 “2000년대 중반까지는 적게 낳아도 아들이 있어야 한다는 통념이 남아 있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눈에 띄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도 있습니다. 한양대 임상간호대학원 김다미 씨의 석사학위 논문 '재가 치매 노인 가족 주 부양자의 돌봄 행위 영향 요인'에 따르면, 치매 노인을 주로 돌보는 주수발자는 딸이 43.4%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음으로 며느리(16.8%), 아들(15.2%), 기타(13.6%), 배우자(12%) 순입니다. 하루 3~4시간 요양보호사의 방문요양 서비스를 받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김 씨는 "돌봄 행위를 잘 하기 위해서는 가족 탄력성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여성이 82.4%(103명)로, 남성(17.6%·22명)의 약 5배였습니다. 또 기혼자(76.0%)가 미혼(24.0%)보다 월등히 많았습니다. 50대 이상(36.8%)이 가장 많고, 40대(33.6%), 30대 이하(29.6%) 순입니다. 평균 연령은 47.4세였습니다. 하루 평균 9.3시간 치매 노인을 돌봅니다. 하루 3~4시간 요양보호사의 방문요양 서비스를 받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 요양보호사/사진=연합뉴스 |
딸의 돌봄 노동 증가 현상은 정부 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독립생활이 어려운 부모(또는 배우자)를 돌보는 가족 중 딸의 비율이 2011년 10.3%에서 2020년 18.8%로 크게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큰 며느리의 비율이 12.3%에서 10.7%로, 작은 며느리는 3.8%에서 1.8%로 줄었습니다. 며느리의 돌봄 노동 책임이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고, 그 책임이 딸로 이동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2011년 주수발자는 배우자-며느리-아들-딸 순이었는데, 2020년에는 배우자-딸-아들-며느리 순으로 달라졌습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한국에서는 대를 잇거나 부양을 받기 위해 남아를 선호해 왔다"
[정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whj42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