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러닝머신을 타면서 "두 아이를 돌려주라"고 외치는 외국인 아빠가 있습니다.
벌써 5개월 동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하소연을 하고 있는데,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요?
포커스M, 신영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지난해 10월부터 서울 곳곳에서 하루에 15km씩 러닝머신을 타며 행인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는 미국인 존 시치 씨.
열심히 아이들을 찾고 있지만 늘 제자리인 자신의 처지를 러닝머신에 빗댄 시위입니다.
▶ 인터뷰 : 존 시치 (두 아이 아빠)
- "아이들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제 처지를 서울 시민에게 설명하고 도움을 구하고자 시위하고 있습니다."
존 씨는지난 2019년 한국인 아내가 돌연 두 자녀와 귀국해 돌아오지 않아 소송전을 시작했습니다.
긴 싸움 끝에 미국에서도, 한국 대법원에서도 양육권을 인정받아 아이를 돌려보내라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법원은 존 씨에게 자녀를 인도하기 위해 2차례 현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당시 현장을 찾은 집행관은 "자녀가 엄마와 함께 살고 싶어한다"며 집행을 멈췄습니다.
▶ 인터뷰(☎) : 집행 관할 가정법원 관계자
- "억지로 사람을 데려갈 수는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현실적으로 (집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아니었나)…."
결국 법원 판결조차 이행되지 않으면서 거리로 나선 존 씨.
변변찮은 숙소도 없이 하루하루 옮겨다니며 국민청원을 하는 등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딱한 사정이 알려지면서 미 국무부는 지난해 한국을 '헤이그 국제 아동 탈취 협약 불이행 국가'로 지정했지만 법원 집행을 강제할 방법이 현재로선 마땅치 않습니다.
▶ 인터뷰(☎) : 조현정 / 변호사
- "법원의 판결이 집행돼야 하는 건데 안 되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받아봐야 현실적으로 못 한다고 하면. (다만 집행되지 않아도) 특별한 제재 수단이 없기 때문에 그러지 않을까…."
법원 확정 판결에도 아이들의 얼굴을 볼 수 없어 9천km의 먼 길을 날아온 존 씨,
오늘도 그는 이역만리 한국땅에서 아빠의 러닝머신 위에 서 있습니다.
▶ 인터뷰 : 존 시치
- "하루하루 여기저기 서울에서 걸었어요. 아이들을 찾아서요. 그 남자는 네 아버지예요. 너무 사랑해요. 너무 보고 싶어요."
포커스M 신영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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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안지훈 기자
영상편집: 오광환
그래픽: 김지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