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인하보다 ‘주유소 담합’ 부작용 가능성 클 수 있어
![]() |
↑ 주유소 가격표/ 사진 = 연합뉴스 |
정부가 10여 년 만에 다시 추진 중인 휘발유 도매가격 공개를 두고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첫 논의 후 오는 10일로 재심의가 예정됐으나 이를 2주 다시 미루기로 결정하면서 논의를 원점 재검토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최근 사회적으로 유류 도매가 공개로 인한 부작용이 부각되면서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산하 규개위 경제1분과위원회는 오는 1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 중인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재심의를 진행하기로 했으나 이를 오는 24일로 연기한다고 심의위원 및 관련 업계에 알렸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돌연 일정 연기 통보를 받았으나 사유는 따로 전달되지 않았다”며 “개정안이 규개위를 거치면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등의 절차만 남게 되는데, 최근 유류 가격 공개로 인한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재논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일정을 연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시행령 개정안은 현재 공개 중인 전국 평균 도매가를 광역시·도 단위로 세분화하고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유류 도매가격을 공개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판매 대상과 지역별 가격을 주·월 단위로 판매량과 함께 산업부 장관에게 보고하는 내용도 포함했습니다. 앞서 유류 도매가격 공개는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추진됐으나 2011년 규개위에서 정유업계의 ‘영업비밀’ 주장을 받아들여 무산됐습니다.
산업부는 도매가격 공개를 통해 석유제품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고유가 상황에서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하더라도 정유사나 유통 과정에서 추가 마진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고·공개 범위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도매가를 공개하면 지역마다 다른 휘발유 가격 편차가 줄어들고, 주유소에 정유사마다 다른 판매가격 정보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정유사 간 경쟁이 촉발될 것이란 논리입니다.
하지만 정유업계에서는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과도한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역효과’ 우려도 제기됩니다. 정부가 지적한 지역별 휘발유 가격 편차는 거리에 따른 수송비와 주유소 임대료 등 원가 차이에서 나오는데 이를 일률화하는 자체가 시장 논리에 어긋난다는 주장입니다.
실제 정유사와 주유소 대리점은 영업전략과 지역 특성, 거래처별 물량에 따른 공급가 차이, 유통구조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공급가격을 결정합니다. 단순히 도매가격을 밝힌다고 해서 이 같은 구조가 바뀌기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지적입니다.
주유소 간 담합 우려도 제기됩니다. 도매가격을 공개한 초반에는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는 주유소가 등장해 ‘출혈 경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결국 경쟁에서 뒤처진 주유소는 폐업하고 남은 주유소들이 경쟁적으로 가격을 올려 암묵적 담합을 조장하는 결과가 초래될 위험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최근 정유사를 둘러싼 ‘횡재세’ 등 과세 논의는 지난해 고유가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정유사 배만 불렸다는 시선에서 촉발했습니다. 초과이익을 냈으니 고통을 분담하자는 취지입니다.
이에 대해 정유사들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국내 정유사 수익은 국내 휘발유 판매 가격이 아닌 해외에서 사 온 원유가격에 정제·가공 후 판매하는 가격의 차이에서 발생합니다. 매출의 60% 이상이 수출에서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
[김누리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r50261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