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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인스타인 판결 관련 기자회견 / 사진=연합뉴스 (게티이미지 제공) |
'미투'운동으로 성폭력 가해 사실이 드러난 할리우드 유명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
그에게 내려진 징역 선고는 피해자들에게 "엄청난 승리"를 상징하지만, 이 순간이 있기까지 너무나 많은 여성이 필요했습니다.
언론은 와인스타인의 수많은 성폭행 사건을 집중적으로 보도했고, 숨어있던 피해자들은 용기를 내 '미투'를 외쳤습니다.
여론에서 그는 악당이었지만, 법정에서는 달랐습니다.
노련한 와인스타인의 변호사들은 성폭력을 고발한 여성들을 부와 명예를 얻고자 나선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며, 왜 수년이 지난 후에야 성폭행 사실을 알렸는지, 사건 이후에도 왜 와인스타인과 친분을 유지했는지 물으며 압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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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투'운동을 촉발한 와인스타인 / 사진=연합뉴스 |
공방 끝에 1심 재판부는 와인스타인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했습니다.
그의 성폭행 사실을 증언한 이는 여섯 명이었지만 유명 배우 앤젤리나 졸리, 셀마 헤이엑, 애슐리 저드를 비롯해 백인 여성 수십 명이 와인스타인을 향해 공개적으로 들고 일어나 검경을 압박했습니다.
검사 출신 데버라 터크하이머 미국 노스웨스턴대 프리츠커 로스쿨 교수는 "재판을 이렇게 수가 많고, 유명한 사람들이 동참해야 피해자의 주장에 힘이 실린다면 성범죄 사건에서 발생하는 단독 고발인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또 유색인종이나 다른 주변화된 여성이 성폭력에 관해 목소리를 낼 때에 관해서도 집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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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불신당하는 말' / 사진=교양인 |
최근 번역 출간된 책 '불신당하는 말'(교양인)에는 터크하이머 교수가 이 같은 의문을 토대로 성폭력 사건을 파헤친 결과를 담았습니다.
흑인 여성 벤케일라 헤인스는 대학교에 입학한 신입생 시절 인근 대학 운동선수였던 남성에게 강간을 당했습니다.
헤인스는 대학 당국에 신고했으나 "학교 밖에 있는 그 아파트에 가지 말았어야지. 그런 옷을 입지 말았어야지. 그런 남자애들과 어울리지 말았어야지. 공부에 집중했어야지"라는 말을 들어야만 했습니다.
당국의 싸늘한 반응에 헤인스는 "모든 책임은 나에게 돌아왔다"며 "강간당한 흑인 여자는 중요한 존재가 아니다"라고 느껴 결국 신고를 취소했다고 전했습니다.
책 '불신당하는 말'에서 저자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 피해자들은 성폭력 사건에 대해 가해자보다는 자신을 탓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저자는 "피해자들이 이렇게 자기혐오 속에서 속절없이 무너지는 이유는 경찰과 검찰, 학교를 포함한 누구도 여성들의 말을 믿지 않아서"라고 말하며 이를 "권력"의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피해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선 '회복적 정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가해자의 인정, 잘못한 행위에 대해 책임지기, 금전적
저자는 "법이 집행되는 방식을 유의미하게 바꾸려면 문화 그 자체가 진화해야 한다"며 "(피해자 말에 대한) 신뢰성 폄하와 (가해자 말에 관한) 신뢰성 과장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은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oheunchae_pre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