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800년 전 민주주의의 초석이 된 대헌장 '마그나 카르타' 40조에도 "정의와 사법을 거부하거나 지연시키지 않는다"는 존 왕의 다짐이 적혀 있을 정도니. 재판 지연에 따른 원성과 불만은 오랜 역사를 가진 듯합니다.
그런데 2023년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데자뷔처럼 반복되고 있지요.
민사소송법 제199조에 분명히 "민사 사건의 1·2·3심 재판은 각각 5개월 안에 판결을 선고"하게 돼 있지만 현실은 아니거든요.
민사 1심 판결까지 규정 이상 지체된 비율은 2019년 51.9% 이후 3년 연속 50%를 넘기고.
2심은 더 심해서 5개월 안에 판결이 안 난 비율이 2012년 78.4%, 2015년 85.4%, 2021년엔 무려 92.4%를 기록했거든요. 한마디로 법대로 한 게 100건 중 7건뿐인 겁니다.
이러다 보니 소송 결과를 기다리다 유명을 달리하거나 재판비용과 지연이자 등을 감당하지 못해 기업체가 문을 닫는 일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다른 이도 아닌 법원과 판사들이 '법'을 지키지 않기 때문에 말입니다.
이렇게 판사들이 법을 어기는데도 누구 하나 자성의 목소리를 내거나 책임지는 일이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헌법재판소는 1999년 법이 정한 기간 안에 선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도 "이 기간 내에 반드시 판결을 선고해야 할 법률상 의무가 있다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구체적인 입법 형성이 필요하다면서요.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돼 있는데. 그럼 이건 헌법 조항이 아니라 장식입니까.
또 법조인들은 "제때 판결하는 판사들에게 인사상 인센티브를 주는 등 제도 개혁이 시급하다"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제때 판결하는 건 판사들의 원래 일 아닌가요? 인센티브를 줘야 제때 자기 일을 한다니 그럼 임금과 별도로 주는 웃돈 이 월례비 안 준다고 태업하는 건설 현장의 모 기사들과 뭐가 다른 겁니까.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법 지키지 않는 판사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