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포천시 한 돼지농장에서 10년을 일하던 태국인 노동자가 숨졌습니다.
농장주인은 시신을 농장 인근에 유기했는데, 경찰에 사망 사실을 알리자는 아들의 만류에도 범행을 저질러 결국 구속됐습니다.
숨진 노동자가 살던 숙소는 돈사 옆이었는데 한마디로 참혹했습니다.
장덕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곰팡이가 벽을 뒤덮었습니다.
좁은 방 안에는 오래된 물건들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습니다.
지난 4일 시신으로 발견된 60대 외국인 노동자가 살던 방입니다.
▶ 스탠딩 : 장덕진 / 기자
- "태국인 노동자가 살던 숙소입니다. 조금만 걸어가면 돈사가 나오는데 돼지 울음소리가 계속 들리고 사람이 산다고 생각하기 힘든 환경입니다."
농장주인은 트랙터를 이용해 시신을 농장 뒤편에 버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농장주가 아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아들은 사망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자고 강하게 설득했지만 농장주인은 술에 취한 채 끝내 시신을 유기했습니다.
노동자는 평소 한국말이 서툴고 건강 상태도 좋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인터뷰 : 농장 관계자
- "그냥 원래 힘이 없어 보여요. 체구가 작아서…. (한국말) 아예 못 해요. 그냥 인사하면 받아주는 정도…."
경찰은 농장 주인이 숨진 노동자의 불법체류 사실이 드러날까 두려워 사망 사실을 숨기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결국 농장주인은 시신유기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노동자 사망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는 심장마비로 보인다는 1차 소견을 경찰에 전했습니다.
하지만, 사망자가 고령이고 평소 고된 노동에 시달려 과로사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 인터뷰 : 김달성 /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목사
- "어제 현장에 가서 보니까 1천 마리나 되는 돼지농장을 노동자로서는 혼자 그걸 다 관리하고 길렀거든요."
경찰은 구속된 농장 주인을 조사해 정확한 사건 경위와 사망 원인을 밝힐 계획입니다.
MBN뉴스 장덕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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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이성민
영상편집 : 이유진
그래픽 : 정민정
사진제공 : 포천이주노동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