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10년, 20년 바닥권에서 계속 안정 유지할 것”
“부동산을 투자재로 보지 말고 소비재로 보자”
“젊은이들 고용 늘리려면 노동개혁으로 유연성 보장돼야”
“정부 투자세액공제제도 정책 방향 맞다고 봐”
“저성장, 10년, 20년 장기화 가능성”
“중국의 역할 변화, 생산 노동인구 급격한 감소 탓”
“인구 감소 막고 친 기업, 친 투자 신 성장 체제로 조정해야”
“우리나라도 금리를 더 올릴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
■ 프로그램: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 (시사스페셜)
■ 방송일 : 2023년 3월 5일 (일요일) 오후 3시 30분
■ 진 행 : 정운갑 앵커 (논설실장)
■ 출연자 :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기사 인용 시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시사스페셜)’ 출처를 반드시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정운갑 >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가 상승 수출 부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인데요. 부동산 시장의 침체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 우리 경제는 어떤 해법을 모색해야 할지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박 총재님 안녕하십니까.
박승 > 안녕하세요.
정운갑 > 오랜만에 뵙습니다.
박승 > 그렇습니다(웃음).
정운갑 > 올해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적인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1%포인트로 낮춰서 1.6%로 전망했는데요. 이게 잠재성장률이 2%에도 미치지 못하는 겁니다. 총재님은 우리 올해 경제 상황 어떻게 진단하고 계세요?
박승 > 지금 수출, 투자, 소비 다 같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지금 반도체 불황의 골은 굉장히 깊습니다. 그래서 제가 보기에는 올해 정부가 기대하고 있는 1.6% 성장률이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정운갑 > 그마저도요?
박승 > 네, 그리고 올해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있는데, 이 때문에 체감 경기는 이보다도 더 어려울 것이고. 바로 이러한 부동산 문제가 올해 우리나라 경제 최대 리스크가 될 것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저성장이 올해 한 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앞으로 10년 또는 20년 이렇게 장기화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저는 그렇게 봅니다.
정운갑 > 그러면 문제는 이 성장률이 언제 회복할 것이냐인데, 수출도 말씀하신 대로 지금 5개월 연속 마이너스 무역수지 적자가 지금 1년째 이어지고 있거든요. ‘저성장 국면이 앞으로 10년 이상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 이거 참 끔찍한 얘기인데요. 어떤 배경에서 그런 진단이신지요?
박승 > 큰 두 가지 문제를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나는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이 변화하고 있다는 겁니다. 중국은 아시다시피 30년 전부터 이제 산업화 과정에 들어갔는데, 그러면서 중국 산업화에 필요한 원자재들 이것을 모두 대부분 한국에서 수입해 갔습니다. 이것 때문에 한국은 특수 경기를 누렸죠. 그래서 철강이라든가 화학이라든가 시멘트라든가 무슨 조선이라든가 이런 것이 중국으로 수출이 늘면서 한국에서는 호황을 누렸고. 그러한 중국에 대한 우리나라 수출이 급증하면서, 그것이 그동안 30년 동안 한국 경제 성장을 이끌어 온 겁니다. 그런데 지금 그래 와서 중국이 이제 저렇게 들고 일어나서 기술도 한국보다 오히려 발전하고 이러니까 그것들을 한국에서 사 갈 필요가 없게 됐습니다. 오히려 한국에 수출하고 있는 거죠. 이래서 중국에 대한 수출이 급감하게 됐고, 이것이 급감하면서 한국의 성장 동력이 식어버린 겁니다. 이것이 지금 이것이 한두 해의 문제가 아니고 이게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는 일이어서 이것이 하나의 문제고. 또 하나 문제가 인구 감소와 노령화 문제인데, 여기서 특히 문제 되는 것이 생산 노동인구의 급격한 감소 현상입니다. 이 생산 노동 인구란 15살에서 64살까지 인구를 말하는데 이 생산 노동 인구가 올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1%입니다. 71%인데 2070년에 가서는 이것이 46%로 감소합니다. 이건 바로 성장 감소를 바로 의미하는 것이고, 이 때문에 올해의 경우에 일하는 젊은이 네 사람이 노인 한 사람을 말하자면 뒷바라지하고 있는데, 2070년에 가서는 한 사람의 젊은이가 한 사람의 노령 인구를 책임져야 하는 이런 상황이 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장기화, 말하자면 저성장과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이렇게 보는 겁니다.
정운갑 > 그렇다면 이런 성장 환경의 변화 저성장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국민, 경제의 주체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까?
박승 > 참 어려운 문제인데요. 무엇보다도 인구 감소를 막아야 합니다. 이걸 막지 않고는 100가지를 써도 다 소용이 없습니다.
정운갑 > 출산율 나오는 거 보면 OECD 국가에서 거의 꼴찌 아닙니까.
박승 > 그렇습니다. 어떻게든 인구 감소를 막아야 하고 두 번째로는 과학기술 주도 성장을 해야 한다. 과학기술 성장 말하자면 개발 그래서 특히 최첨단 4차 산업면에 있어서는 한국이 세계적인 절대 우위를 차지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죠. 거기다가 이제 우리나라 사회 환경을 친 기업 친 투자 신성장 체제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이런 의미에서 노동개혁이라든가 규제개혁이 제대로 돼야 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정운갑 > 한국은행이 지난달에 10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습니다. 미국과의 금리 차가 0.21.25% 포인트인데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기준금리 동결이 너무 빨랐던 것 아니냐는 이런 지적도 있는데 우리 총재님 보시기에 금리와 외환시장 문제는 어떻게 보고 계세요?
박승 > 당초 미국이 금리를 대폭 올리면서 올해 최고금리는 대충 5% 정도로 보았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쉽게 잡히지를 않고, 거기에다가 노동시장은 지금 과열 상태입니다. 말하자면 고용 사정이 좋아서 이렇게 되다 보니까 요즘에 와서는 최고금리가 6%까지 가야 한다는 소리도 나올 정도로, 이렇게 상황이 바뀌어서 미국의 금리가 예상보다 더 많이 올릴 수밖에 없게 됨에 따라서 한국으로부터 자금이 이제 미국으로 빠져나가고, 또 달러가 강화되면서 환율이 올라서 한때 우리나라도 1,300원대를 상회하는 현상이 나왔죠. 그렇지만 정부나 한국은행이 앞으로 한미 간의 금리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걸 놔두지는 않을 겁니다. 그것을 감안한다면 상반기 중에는 물론 전력 요금이라든가, 가스 요금 이런 요금 인상 때문에 많이 오를 것으로 보지만 물가가 그러나 하반기부터는 상당히 안정화 과정에 들어가서 연말에는 3.5% 그리고 내년 말에는 2.5%.
정운갑 > 물가 전망이죠?
박승 > 네, 정부가 생각하는 그런 수준이 가능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정운갑 > 다행이네요. 그나마 물가가 안정 국면으로 간다 이런 진단이신데, 지금 앞서 말씀하셨듯이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계속 밝히고 있잖아요. 그러면 우리 역시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해야 합니까?
박승 > 그거는 좀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번 한국은행도 한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었죠. 열어두었는데 미국이 예상보다 더 높게 금리를 올릴 것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에 제가 볼 때는 우리나라도 금리를 더 올릴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운갑 > 고금리 기조는 당장 가계대출이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까?
박승 > 그렇습니다.
정운갑 > 그동안 폭등했던 집값이 연일 하락 추세고 지금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는데요. 총재님은 경제부 장관을 역임하셨고, 일산 분당 1기 신도시 조성을 주도하셨잖아요. ‘올해 우리 경제의 최대 리스크는 앞서도 부동산 문제다’ 이 점을 지적하셨는데 시장 전체적으로 어떤 전망이세요?
박승 > 우리나라 집값이 너무 올랐고 너무 비쌉니다. 지금 지난 50년간의 물가가 30배가 올랐는데, 집값은 3천 배가 올랐어요. 그래서 현재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월급을 받아서 평생 저축해도 집 한 채를 마련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이와 같이 집값이 비싸다는 사실은 곧 우리나라 집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암시하는 겁니다. 그래서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The Economist, 경제주간지)에서는 지난 12월에 한국의 부동산 가격 총액은 GDP의 5배다, 그런데 일본이 부동산 거품 정점에 있을 때가 5.4배다.
정운갑 > 지금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가고 있네요.
박승 > 비슷해졌죠. 그래서 한국은 그만큼 지금 부동산 문제가 말하자면 위험한 상황, 집값이 너무 비싸서 위험한 상황에 있다 이렇게 지적한 일이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최근 한 4~5년 사이에 집값이 서울의 경우 거의 배가 됐어요. 이렇게 급등했는데 그랬는데 작년 6월이 피크였고, 그 뒤 지금까지 약 20%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그러나 이 하락은 나는 이제 중간도 못 왔다고 이렇게 생각합니다.
정운갑 > 그러면 더 하락할 요인이 많다, 이렇게 보시는 건가요?
박승 > 그렇습니다. 앞으로 내년까지 적어도 내년까지 계속 더 떨어져야 옳고 또 떨어질 것이다. 그래서 바닥을 치고 나면 과거에는 조금 더 몇 년 지나면 다시 폭등하기 시작했는데, 올해는 그러지 않고 10년, 20년 그 바닥권에서 계속 안정을 유지하고 물론 그 과정에서는 조금씩 오르내리면 있겠지만 기조적으로는 행보해서 장기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일본의 경우를 닮아갈 것이다. 일본보다 골이 깊지는 않지만, 일본은 경착륙을 했지만 한국은 연착륙하는 방식으로 일본을 닮아갈 것이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정운갑 > 장기간 안정화 국면으로 갈 거다, 이런 진단이시군요.
박승 > 네.
정운갑 > 앞서 노사 문제 잠깐 언급하셨습니다마는 우리나라의 노사관계 이게 OECD 국가 중에 꼴찌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렇다 현 정부가 지금 강력한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노동개혁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지요?
박승 > 아까 말씀드렸지만, 우리가 장기 저성장 단계에 들어간다고 그랬습니다. 그러면 이 길로 가지 않도록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느냐, 바로 우리가 해야 할 것이 노동개혁과 같은 국내 개혁입니다. 그래서 노동개혁을 정부에서 하려고 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고.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노동조합은 가입률이 14%입니다. 14%인데 이 노조에 가입된 사람들은 모두 다 억대 고임금을 받는 대기업 노동자들이고 30인 이하의 소규모 기업체 노동자들 가입률은 0.2% 1천 명 중 2명만 가입했으니까 거의 거기에서 소외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 노조가 이런 고임금 노동자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기득권 세력화되어 가는 경향이 있고. 이래서 여기서 앞으로 우리가 젊은이들의 고용을 늘리려면 해고가 가능하도록 해야 하는데, 이렇게 노동의 유연성이 보장되어야 하겠고. 또 그 급여 체계가 현재 연공서열제에서 직무급제나 성과급제로 바뀌어야 할 겁니다. 그런데 이것이 지금 노동조합으로서는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면이 많을 거예요. 따라서, 정부는 노동자들의 복지에 여러 가지 대책을 세워주고 노조는 이걸 받아들여서 합리적인 개혁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정운갑 > 윤석열 정부는 기업의 지금 우호적인 경제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기업 투자 진작을 위해서 지금 법인세율 인하를 시도하고 있고, 또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세금을 감면해 주는 투자세액공제 제도 이것도 추진하고 있는데요. 이 같은 정책 방향은 맞는 건지요?
박승 > 저는 맞다고 봅니다. 저는 처음부터 기업 투자 증대를 유도하기 위해서 법인세 인하는 효과가 없다. 그리고 법인세 인하는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옳다고 봤어요. 그러나 그 효과가 있는 것은 바로 투자 세액공제다. 그래서 법인세를 인하하지 말고 투자세액공제 제도를 도입하라고 하는 것이 제 생각이었어요. 법인세 인하가 왜 투자 증대 효과가 별로 없느냐 하면, 현재 100대 기업의 사내 유보가 1천조 원 이상입니다. 거기다가 300조 원 이상의 현금성이에요. 그러니까 기업이 이와 같이 현금을 쌓아두고도 투자를 안 하는데, 법인세 내려줘서 이익을 늘려준다고 투자하겠느냐 하는 것이 제 생각이고 그렇지만 투자 세액 공제는 투자를 실제 한 데 대해서 일정 비율을 공제해 주기 때문에 지표가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에서 그렇게 하려고 하는 것은 옳다. 그런데 이거에 대해서 야당에서 대기업에 대한 특혜라고 해서 아마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은데, 그건 맞습니다. 대기업에 대한 특혜는 맞죠. 그러나 지금 반도체 산업의 현황이 어떤지를 감안한다면 이건 해 주는 게 옳고, 이것을 해 주는 것은 바로 김대중 대통령이 말하는 ‘정책 수립에 있어서 상인적 현실 감각을 가져라’ 하는 바로 그런 케이스가 이런 케이스가 아닌가.
정운갑 > 지금 우리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서고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 이제 어려운 상황인데요. 이런 경제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서 정책 당국과 국민들께 한 말씀만 해 주신다면 어떤 걸까요?
박승 > 우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앞으로 우리 경제에 닥칠 실현이 참 크게 걱정이 됩니다. 한마디로 앞으로 10년, 20년 장기 저성장을 하고 이대로 간다면, 앞으로 필리핀에도 뒤지게 되고, 나이지리아한테도 뒤지고 이렇게 되는 상황이 되어서야 되겠느냐. 이것을 그렇지 않고 우리가 재도약을 하도록 우리 국민이 나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앞에서 잠깐 말씀을 드렸으니까, 아무튼 그런 노력을 정부를 도와서 우리 국민이 해줘야 하겠고. 또 한 가지만 간단히 말씀드리면 한국은 지금 부동산 중심국입니다. 모든 돈을 부동산에 집어넣는 나라인데, 이번 집값 하락을 계기로 해서 우리가 부동산 중심국에서 벗어나자. 그래서 이제 부동산을 투자재로 보지 말고 소비재로 보자, 그런 하나의 혁신을 우리가 해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운갑 > 치솟는 물가와 고용 불안이 겹치면서 경제고통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만큼, 국민이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이 크고 삶이 팍팍하다는 의미일 텐데요.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이 서민들의 생활에도 따듯한 봄날이 하루빨리 찾아오기를 고대해 봅니다. 오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승 > 네, 감사합니다.
MBN #시사스페셜 #정운갑앵커 #집중분석 #박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