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서울 시내 한 삼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80대 여성이 우회전 차량에 치여 숨졌습니다.
↑ 사진=연합뉴스 자료 |
지난달 27일 낮 12시 55분쯤 서울 관악구의 한 삼거리에서 발생했는데, 사고가 난 횡단보도는 보행 신호가 없는 곳입니다.
목격자에 따르면, 당시 해당 차량은 보행자들을 보고 일시 정지를 했는데, 사망자는 보행자 가운데 마지막으로 건넌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은 운전자가 맞은편 차량을 주시하다 보행자를 미처 살피지 않은 채 출발해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상 치사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앞서 경찰은 매년 1만 8천 건 정도 발생하는 우회전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 7월에 이어 올 1월부터 우회전 일시 정지 규정을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무색하게 지난달 13일 동작구 교차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70대 여성이 우회전 버스에 치여 숨지는 등 서울에서만 3명이 비슷한 우회전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사실 현장에서는 보행자 보호 의무를 강화된 내용을 모른 운전자들이 상당수입니다.
"우회전 규정 바뀐 건 들었는데, 빨리 안 가면 뒤에서 눈치 줘요, 신호등이 있는 것도 아니고." / 30대 운전자, 서울
"건너가는 사람도 없는데 멈춰야 하나요? 몰랐어요."/ 20대 운전자, 서울
↑ 사진=연합뉴스 자료 |
경찰청에 따르면 우회전 신호등은 서울 동작구 신상도초등학교 앞 사거리에 설치된 것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15대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시범적으로 이 곳의 효과를 분석한 뒤 확대 설치할 예정인데, 우회전 신호등의 녹색 화살표 신호에 맞춰 우회전하면 됩니다.
반면, 우회전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서는 차량 신호등이 적색일 때 무조건 차량이 완전히 멈추는 '일시 정지'를 해야 합니다.
물론 이 규정 자체를 놓고, 일부 회의적인 반응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운전석에서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걸 간과했다는 겁니다.
운전자의 체격이나 운전 자세, 그리고 보행자의 신장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약 15도 가량의 우측면 사각지대가 있고, 덤프트럭 등 대형 차량은 우측 사각지대가 40도로 더 넓기 때문입니다.
이렇다보니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아예 횡단보도 위치 조정을 하자는 제안도 나오는 실정입니다.
↑ 사진=연합뉴스 자료 |
서울기술연구원 정영제 수석연구원은 "일시정지만으로는 기존 차로의 정체 현상 심화를 지적하며 'ㅁ'자 모양으로 설치된 횡단보도를 중심부 바깥으로 10m 가량 떨어트리거나 'X자' 대각선 횡단보도 설치를 도로 특성에 맞춰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 운전자는 일시정지를 안 하는 편이다"며 운전 습관 변화를 촉구했습니다.
또 김영국 교통연구원 박사는 "현 횡단보도는 보행자의 동선을 최소화해 도로 기하구조상 교차로 옆 바로 붙여서 만들었다"며 일률적인 횡단보도 위치 조정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우회전 신호등 일괄 설치도 어려운 게 운전자 시야에 잘 보이고, 그걸 항상 인지하느냐 이런 부분도 연구 용역 등을 거쳐야 실제 설치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적잖은 예산이 소모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다음달 18일부터는, 우회전 신호등이 적색 신호일 때 우회전을 하거나, 일반 차량 신호등 적색 신호에서 일시 정지를 하지 않고 우회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범칙금 6만 원과 벌점 15점이
또 횡단보도 일시 정지 의무를 위반하면 범칙금 6만 원과 벌점 10점이 부과됩니다.
경찰은 이에 앞서 두 차례 설문 조사로 운전자들의 교차로 우회전 통행방법에 대한 인식을 파악할 예정인데, 충분한 계도와 홍보로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자동차문화 정착을 유도해야겠습니다.
[오지예 기자 calling@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