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 사건을 계기로 생활기록부 기재 강화 등 학교 폭력 근절 방안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죠.
사회부 오지예 기자와 뉴스추적해보겠습니다.
오 기자, 학교 폭력 자체도 괴로운데, 피해 학생들은 신고한 뒤 처분을 기다리는 과정도 고역이라고 합니다.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을 즉시 분리하는데 왜 이런 말이 나오는 거죠?
【 기자 】
네, 학교장이 학교 폭력을 안 순간, 학교장 재량으로 출석 정지를 비롯해 일종의 긴급 조치를 내릴 수 있습니다.
피해학생이 반대하지 않는 한 곧바로 가해학생과 '즉시 분리'를 하는 건데,
최대 3일에 그치는데요.
이 마저도 당사자들이 학습권 보장 등 반발하는 민원에, 자칫 적극 개입할 경우 법정에 서야 하는 등 부담스럽다는 분위기입니다.
【 질문1-1】
학교폭력 경중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피해학생으로선 가해학생을 마주하는 게 힘들텐데, 이 분리 조치 마저 바로 되는 건 아니라고요?
【 기자 】
네, 일단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담임 교사가 당사자를 부르죠.
바로 해결될 수준이 아니면 학부모 면담을 하게 되는데요.
이 때 상당수 학교장도 참석하며 분리 조치를 하고 자체 해결에 나설 수 있고요.
여기서 만약 수습이 안되면 학교폭력대책위원회가 소집되기 때문에 상당 시간 소요될 수 있는 겁니다.
【 질문2 】
오 기자, 그런데 정작 학폭위 심의로 넘어가면 일사천리 진행되나요?
【 기자 】
아닙니다.
교육부 지침에 따르면, 학폭위는 학교장 요청으로부터 21일 내 열어야 하는데, 상황에 따라 일주일 연장할 수 있는데요.
지난해 학폭위로 넘어간 심의 건수가 1만 5643건입니다.
공휴일 없이 매일 42 건을 처리해야 하는 꼴이다보니, 심의 기한을 지키지 못하는 게 약 40%에 달합니다.
특히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서울에서는 10건 중 7건 꼴로 학폭위가 제때 열리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결국 피해 학생만 괴로울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 인터뷰(☎) : 학교폭력 피해자 가족
- "(학폭위는) 빨리 손을 털고 싶은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저희들 말을 들어주고 이제 책임을 다한 것처럼 빠지는 느낌이었고… "
【 질문3 】
그런데 정작 학폭위가 열려도, 정순신 변호사 아들이 동급생에게 한 '좌파 빨갱이' '제주도에서 온 돼지' 이런 언어폭력에 대해서는 상당수 입증, 처벌이 쉽지 않다고요.
【 기자 】
네,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 폭력 피해 신고 가운데 41.8%가 언어폭력으로 조사됐습니다.
신체폭력보다 약 3배 많은데요.
반복되는 폭언과 욕설로 피해 학생은 괴로워하지만, 물리적으로 항상 녹음을 할 수도 없고요.
목격자의 증언과 SNS 기록 같은 게 있다 해도피해 인과관계를 구체적으로 입증하기 어렵습니다.
【 질문4 】
게다가 소송까지 이어지는 학교폭력은 대부분 가해 학생 중심이죠. 피해 학생이 나서는 경우는 적잖아요.
【 기자 】
네, 사실 정 변호사 경우처럼 가해학생 측이 학폭위 조치에 불복해 행정소송까지 가서 승소한 경우는 5건 중 1건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처분 확정을 늦춰 입시 영향을 최소화하는 지연 전략을 쓰는 건데요.
반면 피해학생에게는 학교 폭력 상처 회복 자체도 힘든데, 소송전 자체가 2차 가해가 되고, 들어가는 수고도 큽니다.
▶ 인터뷰(☎) : 구자룡 / 변호사
- "피해자 쪽에서 소송하는 경우는 정말 극히 드물죠. '징계가 약합니다.'라는 걸로 하려면 행정 소송을 해야 되거든요. 실익은 적은데 법원 재판 쫓아다니면서 몇백씩 깨지는데…."
이렇다보니 긴 싸움이 되지 않도록 일각에선소송 기간을 단축하거나, 피해자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할 창구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 앵커 】
제도적 개선이 세심하게 이뤄져야겠네요.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