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딸 일기에 적힌 꿈 이루고 싶어"
↑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 8주기 추모식이 17일 오전 부산외국어대학교에서 열렸다. / 사진=연합뉴스 |
지난 2014년 경북 경주에서 일어난 마우나 오션 리조트 붕괴 사고로 18살 딸을 잃은 고계석(58) 씨가 사망 보상금 6억 원을 사회에 전액 기부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고 씨의 딸 고혜륜 양은 2014년 2월 17일 부산외국어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진행 중 리조트 지붕이 무너져 숨졌습니다. 이 붕괴 사고로 총 10명이 숨지고, 214명이 다쳤습니다.
고 씨는 딸의 사망으로 6억 원 보상금을 받았는데, 이 중 4억 원은 바누아투 정부에 기부하고, 나머지 2억 원은 딸의 모교인 부산외대에 기부했습니다.
바누아투 정부는 이 돈으로 '국립 혜륜 유치원·초등학교'를 세웠습니다. 2016년 7월 문을 연 국립 혜륜 유치원은 바누아투에 들어선 첫 유치원으로, 혜륜양의 이름을 따 지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산외대 역시 기부금을 전달받아 한 학기당 유학이나 해외 활동 등을 바라는 부산외대 재학생 5~10명에게 총 100만~200만 원을 지급하는 '소망장학금'에 사용했습니다.
고 씨는 바누아투에 교육기관을 세운 이유에 대해 "혜륜이는 신앙이 깊은 기독교인이었다. 어린 시절 일기에 '세계를 돌고 선교 활동을 하며 어려운 이들을 돕고 싶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며 "혜륜이는 일찍 떠났지만, 딸 이름을 딴 교육시설을 기독교 국가인 바누아투에 지으면 그 꿈이 어느 정도 이뤄질 것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고 씨는 "평생 열심히 직장생활을 했지만 6억 원이라는 큰돈을 실제로 만진 건 처음이었다"며 "그 돈을 내가 쓴다면 나중에 혜륜이를 다시 만났을 때 부끄러워
그러면서 "기부 활동을 통해 2014년 마우나 오션 리조트 참사를 알게 되고, 희생자를 추모해주시는 분도 많아지는 것 같다"며 "(딸이) 살아있었다면 혜륜이 동생뻘인 학생들로부터 감사와 안부의 말을 듣는 게 삶의 큰 보람이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오서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yoo98@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