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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마라도에서 발견된 천연기념물 뿔쇠오리 사체/ 사진 = 연합뉴스 |
제주 마라도로 날아왔다가 고양이의 사냥으로 죽은 것으로 보이는 천연기념물 뿔쇠오리 사체들이 발견됐습니다.
문화재청 등은 지난 17일 2차 협의체 회의를 열고 멸종위기종 뿔쇠오리를 비롯한 200여 종의 철새를 보호하기 위해 고양이를 일괄 반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동물 보호 단체로 구성된 ‘철새와 고양이 보호 대책 촉구 전국행동’(이하 전국행동)은 “반출 근거가 확실하지 않다”며 거세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24일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마라도 동쪽 절벽 주변 잔디밭에서 뿔쇠오리 4마리 사체가 발견됐습니다.
이 지역은 뿔쇠오리가 마라도에서 주로 머무는 곳입니다.
센터 관계자는 "뿔쇠오리 사체가 마구 찢긴 채 날개 부분과 가슴뼈, 다리 일부만 남겨진 것으로 보건대 길고양이가 공격해 먹어 치운 것으로 보인다"며 "고양이는 조류 등의 날개 부위와 가슴뼈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모두 먹는 습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또 뿔쇠오리 사체가 발견된 곳은 뿔쇠오리가 주로 몰려들고 동시에 고양이가 접근하기에도 수월한 지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는 길고양이 외에 매나 쥐가 뿔쇠오리를 잡아먹었을 가능성에 대해 "매는 뿔쇠오리를 사냥하면 잔디밭 등 탁 트인 초원에서 잡아먹지 않고 절벽 등으로 옮겨 먹이를 먹는 습성이 있고, 쥐는 뿔쇠오리를 잡아먹을 정도로 날쌔거나 힘이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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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마라도 인근 해상의 뿔쇠오리/ 사진 = 연합뉴스 |
마라도는 현재까지 뿔쇠오리가 찾는 전 세계 유일한 유인도입니다. 정확히는 뿔쇠오리를 비롯한 철새 200여 종의 중간 기착지인 마라도에 사람이 뒤늦게 터를 잡았습니다. 뿔쇠오리는 고양이의 접근이 어려운 마라도 절벽에 알을 낳고 서식합니다.
2018년 조사 결과 마라도 고양이 20마리에 의해 희생된 뿔쇠오리는 24마리로 추산됐습니다.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고양이 성체 한 마리가 매년 1.2마리의 뿔쇠오리를 포식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해외에서도 고양이가 섬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존재합니다. 2011년 국제 학술지 글로벌 체인지 바이올로지(Global Change Biology)에 발표된 ‘외래 고양이가 섬 멸종위기종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최소 전 세계 120개의 섬에서 고양이가 섬 고유종 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특히, 섬을 잠시 쉬어 가는 중간 기착지로 삼는 철새들은 고양이의 위협에 가장 취약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조류학자인 최창용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마라도는 철새가 우리나라에 처음 도래하는 곳으로 (오랜 비행에) 너무 지쳐서 나무나 돌 위에 가만히 앉아서 사람이 만져도 가만히 있는 걸 볼 수 있다”며 “(고양이 등 포식자의) 위협에 훨씬 더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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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마라도 길냥이/ 사진 = 연합뉴스 |
하지만, 뿔쇠오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건 고양이뿐만이 아닙니다.
뿔쇠오리의 천적은 매, 고양이, 쥐 등입니다. 매년 마라도를 방문하는 약 500마리의 뿔쇠오리는 낮 동안은 매의 눈을 피해 섬 주위를 날아다니다 밤에 섬 평지에 내려앉은 뒤 야간에 둥지로 이동합니다.
이때 쥐 등 소형 포유류에 의해 알을 포식 당할 수 있는 것 입니다. 뿔쇠오리를 지키려면 고양이 개체 수를 최대한 줄이는 동시에 쥐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아직 쥐로 인한 피해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 자료는 없으나 문화재청은 방역 등의 방법으로 마라도 내 쥐 번식을 막겠다는 계획입니다.
마라도의 한 식당 주인은 “고양이를 키우기 전에는 매우 큰 쥐들이 사람 사는 곳에 돌아다녔는데, 이제는 고양이 덕분에 눈에 띄지 않는다”며 “방역으로 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고양이를 내쫓은 결과도 좋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또다른 마라도 주민 A씨는 “개인적으로 고양이를 싫어하는데도 (이번 사태로) 한 마리를 입양하기로 했다”며 “많은 주민이 입양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민 B씨는 “멸종위기종을 보호해야 한다니 이해는 하는데, 고양이가 나가면 쥐가 다시 들끓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중성화를 통해 개체 수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고양이와 철새들이 섬에서 공존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길고양이 생존 기간은 짧고, 마라도 고양이 대부분이 중성화돼 있어 개체 수가 줄고 있다”며 “이미 주민과 공존하고 있는 고양이들을 일괄 반출할 필요가 있을까. 전문가들도 고양이를 일정 수(40마리가량)를 기준으로 개체 수만 조절해도 된다는 의견”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까지 반출 고양이에 대해 수립된 계획은 제주대 수의학과 동물병원 건강검진 후 관할 동물보호소 이관입니다. 동물보호소는 각각 구조 동물에 대한 입양 공고를 낸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안락사를 진행합니다.
조 대표는 “통상 20%가량의 동물이 안락사 된다”며 “한꺼번에 수십 마리의 고양이가 동물보호소로 가면, 이들이 모두 입양될 수 있겠나, 대안없이 반출해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마라도 주민 C씨는 “반출 고양이의 안전에 대해 2~3년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아직 추적 관찰에 대해서는 사업 예산이 확보되지 않았다”면서도 “반출 고양이의 안전을 보장한 것은 사실이며 이를 위한 방안을 찾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김누리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r50261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