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첩당국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인 사건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이른바 창원 간첩단 사건과 제주 간첩단 사건입니다.
각각의 핵심 조직은 자주통일민중전위와 'ㅎㄱㅎ' 이라는 이름의 단체입니다.
수사팀은 이들이 동남아에서 공작활동을 하고 국내에서 반국가단체를 만들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창원 사건은 피의자 4명을 구속한 후 서울중앙지검에서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하고 있고, 제주 사건은 제주지검에서 맡아 최근 2명을 구속했습니다.
그런데 방첩당국은 수사 과정에서 북한이 지난해 이태원 참사 직후 이들 단체에 '제2의 촛불시위'를 일으키라는 지령을 내린 것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우리가 국가적인 슬픔에 잠겨있을 때 북한은 이를 자신들의 공작에 활용하려 했던 겁니다.
선한빛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기자 】
사망자 159명의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건 지난해 10월 29일.
MBN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이로부터 닷새 뒤, 자주통일민중전위 관계자 김 모 씨에게 북한의 지령이 내려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측은 김 씨에게 '제2의 국민촛불대항쟁을 일으키는데 목표를 두라' '전국적인 운동을 일으켜라'고 전했습니다.
발신자는 북한의 대남공작기구인 문화교류국으로, 사이버 드보크 방식으로 전달됐습니다.
기밀정보에 암호를 걸어 해외 사이트 계정 안에 숨겨놓고 열어보게 하는 건데, 최근 북한이 대남 공작을 할 때 즐겨쓰는 방식입니다.
제주 간첩사건 활동 조직인 'ㅎㄱㅎ'에도 이태원 참사 이틀 후 비슷한 지령이 내려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존에도 간첩 활동을 하는 국내 조직에 반정부 시위를 일으켜라는 지령은 있었지만, '제2의' '촛불대항쟁'과 같은 표현이 이태원 참사 직후에 새로 등장한 겁니다.
수사팀은 최근 압수물 분석을 통해 이같은 자료를 확보했습니다.
방첩당국은 북한이 이태원 참사를 정치적으로 악용해 대규모 촛불시위를 일으키라는 지시를 던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피의자 측 변호인은 "수사기관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법정에서 밝히겠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은 구속된 자주통일민중전위 관계자 4명에게 출석을 통보했지만, 이들은 조사를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스탠딩 : 선한빛 / 기자
- "피의자 측에서 계속 진술 거부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검찰에서는 강제 구인까지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MBN뉴스 선한빛입니다."
영상취재 : 김준모 기자
영상편집 : 이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