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발표된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은 이별을 체념하면서도 '그 꽃을 사뿐히 지르밟고 가시라'는 읊조림으로 우리의 한과 정서를 잘 담아낸 시문학의 백미입니다. 이제 곧 봄이 오면 영변 약산엔 또 진달래가 흐드러지겠죠.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영변이 진달래 봄꽃 가득한 시구가 아니라 북한 '영변 핵시설 단지'라 불리고 있습니다.
어디 영변뿐일까요. 핵실험장이 있는 함북 길주군 풍계리와 미사일 발사장이 있는 무수단과 동창리 등 북녘 산하 곳곳이 핵이라는 단어와 같이 불리고 있죠.
오늘 남북한과 미국, 영국, 캐나다 5개국 청년 활동가와 연구자들이 조사한 북한 풍계리 방사성 물질의 지하수 오염실태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이 지역에 살다 탈북한 40명 중 9명에게서 방사능 이상 수치가 나왔는데 2019년 이후 피폭 검사는 중단됐고 따라서 풍계리 인근 8개 시군에 거주했던 탈북민 881명은 모두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중국산으로 둔갑한 북한 버섯에서 기준치의 9배가 넘는 방사성 세슘이 나온 만큼 철저한 원산지 검사와 차단 조치도 촉구했죠.
그런데 이건 청년 활동가나 NGO가 아닌 국회와 정부가 나서야 할 문제 아닌가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방출수가 수산물을 오염시키고 삼중수소 트라이튬이 4~5년 뒤 제주 해역에 유입된다며 그 호들갑을 떨면서도 정작 그보다 심각하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풍계리 핵실험장 일은 외면하고 있으니까요.
어제 시대전환의 조정훈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께서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저지대응단'은 출범해놓고 왜 북한 위협에 대해서는 침묵하십니까'라며 정치권 일각의 '선택적 분노'를 질타했습니다. 일본 도미, 방어뿐 아니라 칠보산 송이에도 눈길을 돌려야 한다. 이거죠.
물론 핵·미사일 대응과 큰 그림을 그리는 대북정책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기준을 국민에게 두지 않는 정부와 국회는 결과가 뻔합니다. 그렇지 못한 정부와 국회가 어떻게 됐었나 한 번 되새겨보시면 어떨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북한 방사능 유출 우려 없나?'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