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동성 커플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지위를 처음 인정했습니다.
법적으로 사실혼 지위를 인정한 건 아니라면서도, 사실상 사실혼이나 다름 없다며 건강보험공단이 동성인 두 사람을 차별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건강보험공단 측은 상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박은채 기자입니다.
【 기자 】
소성욱 씨와 김용민 씨는 교제를 이어오다 지난 2017년부터 함께 살아왔습니다.
▶ 인터뷰 : 김용민 / 동성 배우자
- "저는 2013년에 성욱이를 처음 만났습니다. 10년 전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이 둘의 관계를 이어줄 어떠한 공적인 언어도 찾지 못했습니다."
소 씨는 직장을 그만둔 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자신을 직장가입자인 배우자 김 씨의 피부양자로 등록했습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된 건보공단은 지난 2020년 전산망에서 두 사람의 피부양자 정보를 삭제하고, 건강보험료를 청구했습니다.
소 씨는 건보공단을 상대로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청구를 했지만, 지난해 1심은 동성인 두 사람의 관계를 사실혼 관계로 평가하기 어렵다며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하지만, 항소심 법원은 이를 뒤집었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대법원 판례대로 둘 사이에 사실혼이 성립하기 어렵다면서도, '동성이라는 점을 빼면 실질적으로 사실혼과 같은' 이 커플에 대해 건보공단이 차별 대우를 하고 있다며 두 사람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 인터뷰 : 소성욱 / 원고 (피부양자)
- "이번 사법부의 판단은 제가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이 외면당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욕을 들어야하는 것도 아니라는 걸 말해주는 것 같아서 정말로 기쁩니다."
재판부는 "소수자에 속한다는 것이 틀리거나 잘못된 것일 수 없다"며 "소수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인권 최후의 보루인 법원의 가장 큰 책무"라고 덧붙였습니다.
건보공단 측은 상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MBN뉴스 박은채입니다. [icecream@mbn.co.kr]
영상취재: 강두민 기자
영상편집: 김미현
그래픽: 박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