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향한 진지한 고민…박람회 통해 의미 찾을 것
↑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릴 순천만국가정원 전경 / 사진=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조직위 |
오는 4월 1일 전남 순천시에서 꼬박 10년 만에 국제정원박람회가 다시 열립니다.
2013년의 정원박람회는 순천만이라는 세계적 자연 유산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일종의 에코벨트 기능을 부여하기 위한 의미로 개최됐습니다. 그러나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기후위기를 비롯한 도시의 다양한 문제 해결을 위한 획기적인 실험이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입니다.
이처럼 확 달라진 의미로 개최되는 2023정원박람회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향해 다음과 같은 새로운 가치(3M)를 선보입니다. ▲세계를 향해 던지는 탄소중립 메시지(Message for world) ▲도시 체질을 바꾸는 가장 현명한 수단(Method for new city) ▲사람의 진정한 행복을 향한 새로운 이정표(Milestone for man)가 바로 그것입니다.
↑ 정원에서 누리는 가든스테이 / 사진=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조직위 |
▶ 세계를 향해 던지는 탄소중립 메시지(Message for world)
2023년 전(全) 세계적인 화두는 단연코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입니다. 기후 위기 극복은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공통 언어가 됐으며, 탄소중립은 우리 앞에 놓인 가야만 하는 길이 됐습니다. 중앙정부와 자치단체들 사이에서도 몇 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선언들이 줄을 잇고 있는 실정입니다.
순천은 이보다 한발 앞선 1997년, 골재 채취 반대 시민운동을 시작으로 2008년 나대지 내륙습지 복원과 더불어 대한민국 생태수도 순천을 선포했습니다. 이후로도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의 생태계 보존을 위해 전봇대 282개를 뽑고,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해 세계적 자연유산 순천만의 가치를 지켜냈습니다.
순천의 이 같은 행보는 생태가 지닌 가치를 누구보다도 먼저 알아본 수준 높은 시민의식과 대한민국 생태수도라는 도시의 명확한 미래 비전을 선언하고 실천해온 강력한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순천은 올해 개최되는 정원박람회로 세계를 향해 탄소중립과 관련된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다시 한번 던지고 있습니다. 기존의 확장 일변도를 달리던 도시 개발에서 벗어나 비움의 미학 실현으로 도시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습니다.
도심 속에 새로운 광장을 조성하고, 산림, 갯벌, 습지 등 생태계 복원으로 자연이 지닌 천연 탄소 흡수력을 강화하는 등 이번 정원박람회는 기후변화 대응을 직접 실천하여 보여주는 혁신의 장(場)이자,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솔루션에 해당합니다.
↑ 재해예방시설을 공원으로 바꾼 오천그린광장 / 사진=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조직위 |
▶ 도시 체질을 바꾸는 가장 현명한 수단(Method for new city)
현대 도시는 사람이 아닌 자동차와 아파트가 도시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으며, 소득과 세대 격차가 공간 이용에 영향을 주어 시민 간 계층 분리가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또한 수도권 벨트로 모든 자원들이 집중되어 지방소멸이 가속화되는 등 각종 문제가 야기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도시는 이러한 모습에서 탈피, 모든 계층과 세대가 함께 어우르는 공간이 돼야만 합니다. 시는 이를 위해 이번 정원박람회장의 상당 구간을 무료로 개방해 정원을 공공에게 돌려주고, 첨단 과학 기술과 풍부한 문화예술의 총체로서의 새로운 정원을 선보입니다.
자동차 매연으로 가득했던 아스팔트 도로를 사람이 맨발로 걸을 수 있는 녹색 잔디길로 바꾼 '그린 아일랜드' 조성과 더불어 정원박람회장을 비롯한 도심 전체를 유모차와 휠체어 등 관광약자가 손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바꿔나갑니다.
또한 재해예방을 위해 만들어진 저류지를 세계멸종위기종인 노랑부리저어새와 사람이 공존하는 생명력 있는 광장으로 재탄생시킨 '오천그린광장'을 통해 세대를 뛰어넘는 만남과 소통의 해방구 역할을 수행하도록 만드는 등 정원은 도시에 혁신적인 공간을 제공하여 도시 체질을 개선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 아스팔트를 잔디길로 바꾼 그린아일랜드 / 사진=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조직위 |
▶ 사람의 진정한 행복을 향한 새로운 이정표(Milestone for man)
정원은 관계단절, 인간소외 등 현대인의 불행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탈출구에 해당합니다. 미국의 저명한 조경학자 옴스테드는 센트럴파크를 조성하면서 "지금 이곳에 공원을 만들지 않는다면, 100년 후에는 이 정도 넓이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정원은 우리에게 치유와 힐링의 경험을 선사하고, 우리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지닙니다.
2023정원박람회는 정원이 삶이 되고, 문화가 되고, 경제가 되는 박람회를 표방하며 "정원에 삽니다"라는 주제로 펼쳐지는데, 이를 위해 박람회장을 도심까지 확대해 일부 공간에서 펼쳐지는 박람회가 아닌 도시 전체가 정원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도시를 바꿔나갑니다.
시는 이번 박람회로 외부 관광객뿐만 아니라 인근 지자체, 시민 모두가 함께 즐기는 박람회를 만들어 인간의 진정한 행복이 정원과 자연에 있음을 보여준다는 계획입니다. 특히 맨발로 거니는 ‘어싱길’, 과거와 현재를 품은 '정원드림호', 정원에서 누리는 특별한 하룻밤 '가든스테이'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통해 자연과의 교감을 강화합니다. 또한 언덕 위 푸른 잔디에 기대어 인생의 의미를 돌아보는 '노을정원'과 모든 아이들의 꿈과 행복을 키워주는 '키즈정원' 등을 구성해 인간의 진정한 행복에 대한 사색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올해 정부에서 공인받은 유일한 국제 행사인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관광객 유치를 위한 단발성 이벤트가 아닙니다. 기후 위기와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어떻게 하면 보다 현명하게 풀어낼 수 있는가에 대한 깊은 고민에서 출발한 이번 박람회는 도시를 바꾸는 가장 현명한 방법에 대한 제시와 더불어 인간의 진정한 행복에 대한 깊은 성찰 속에서 완성되어가고 있습니다.
↑ 맨발로 거니는 어싱길 / 사진=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조직위 |
박람회 관계자는 "오는 4월 1일부터 10월 말까지 7개월 동안 개최되는 이번 박람회는 미래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표준을 만나보는 계기가 될 것"이며, "장기간 지속된 팬데믹의 영향으로 지친 세계인에게 새로운 활력을 제공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정치훈 기자 pressjeong@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