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중개회사에 내가 나온 대학과 소득 수준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올렸는데, 이게 모두 털렸다면 어떻겠습니까?
국내 한 해커조직이 특정 업계에서 이른바 잘 나가는 회사들의 정보 700만 건을 무더기로 빼냈는데, 알고 보니 경쟁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한 짓이었습니다.
피해를 본 업체에는 주식 투자 회사와 병원, 유명 언론사도 포함됐습니다.
정치훈 기자입니다.
【 기자 】
경찰이 한 사무실 문을 강제로 엽니다.
안에는 컴퓨터 여러 대가 놓여 있고, 3명이 컴퓨터에 앉아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대로 손 떼세요."
검거 순간에도 해킹을 시도한 게 포착됩니다.
이들은 일부 사이트가 보안에 취약하다는 점을 악용해 SNS나 오픈채팅방을 통해 고객을 모았습니다.
1건당 100~500만 원을 받고 해킹을 대신해 준다는 글을 올리는 겁니다.
그러면 사업이 잘되는 경쟁 업체 사이트를 혼란에 빠뜨려 반사이득을 얻으려는 회사가 해킹을 의뢰합니다.
이런 식으로 디도스 공격을 받아 개인정보가 줄줄이 털린 업체에는 유명 결혼정보회사와 주식투자 권유 사이트, 성형외과에 언론사도 포함됐습니다.
직업과 출신대학, 거주지 등 맞선에 필요한 개인 정보를 비롯해 주식 투자 규모와 주문 내역 등 민감한 개인 정보가 그대로 유출됐습니다.
이 해커조직이 의뢰를 받은 사이트는 385개이고 해킹으로 빼낸 개인정보는 700만 건이나 됩니다.
2020년부터 최근까지 10억 원 이상 범죄 수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 인터뷰 : 이용건 / 전남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장
- "'잘 나가는 사이트인 거 같다' 그러면 그 주소(URL)만 알면 그쪽 가서 공격해달라고 의뢰를 합니다. 그 사이트들이 접속자가 제일 많다고 생각되는 시간, 경쟁업체들을 의뢰해서 한 시간 정도 먹통 되게 만들기도 합니다."
해킹을 당한 사이트 대부분은 개인정보가 빠져나갔는지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일부 개인 정보는 보이스피싱이나 도박 사이트 등에 흘러간 것으로 보입니다.
▶ 스탠딩 : 정치훈 / 기자
- "경찰은 40대 총책과 20대 해커 등 7명을 구속하고 5명을 불구속하는 한편, 불법 도박 등 추가 범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정치훈입니다."
영상취재 : 최양규 기자
영상편집 : 이범성
화면제공 : 전남경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