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검 "대법원 개정안, 특정범죄신고자 보호법 등 기존 법률과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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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검찰청 / 사진=연합뉴스 |
대법원이 추진하고 있는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도'와 관련해 전국의 일선 검찰청에서 대부분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대검찰청은 '압수수색 영장 심문제도'와 관련해 대법원으로부터 의견 조회 공문을 전달받고, 지난 13일부터 일선 청을 대상으로 의견수렴에 나선 바 있습니다.
MBN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전국 66개 검찰청 중 회신을 한 곳은 모두 '수사에 차질이 빚을 것'이란 취지로 반대 의견을 대검에 전달했습니다.
대전지방검찰청 서산지청은 개정 규칙에서 제시한 컴퓨터 등을 압수수색할 떄 미리 검색어를 제시해야 한다는 내용을 지적했습니다.
서산지청 측은 "자동으로 생성된 전자정보의 경우 키워드 검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특히 스크린샷이나 캐시 이미지 파일 등은 파일명이 자동으로 생성돼 검색어를 미리 설정하게 되면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관할에서 실제 수사했던 사건을 인용했는데, 아동을 상대로 약물을 이용해 성범죄를 저지른 피의자 사례를 제시했습니다.
서산지청 측은 "당시 피해 아동의 혈액에서 검출된 약의 성분을 피의자가 포털사이트 백과사전에서 검색한 스크린샷 이미지 파일과 이미지 캐시파일이 결정적 증거가 됐다"며 "하지만 해당 사건의 파일명은 숫자가 나열된 파일명(예:87849756123.png)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압수수색 영장에 검색어를 미리 설정해야 한다면 앞으로 검찰에서 전자정보 등을 압수수색할 때 저런 파일명의 파일들을 열어보지도 못하기 때문에 수사에 큰 차질이 빚어진다는 설명입니다.
인천지방검찰청도 압수수색 사전 심문제도를 법률이 아닌 대법원 규칙에 근거를 두면 기존 법률과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대법원이 낸 개정안에는 '법원은 필요하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기 전 심문기일을 정해 압수수색 요건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심문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인천지검 측은 "해당 개정안은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과 같은 기존 법률과 위배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특정범죄신고자 보호법에서는 범죄신고자의 인적사항 공개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데,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으로 법원의 심문대상이 된 경우 신고자의 인적사항을 심문절차 단계에서 공개할 근거가 없다"는 겁니다.
또, "특정범죄신고자 보호법 제11조 1항에 따르면 '범죄신고자 등을 증인으로 소환할 때에는 검사에게 소환장을 송달한다'고 되어있다"면서 "증인소환이나 신문의 특례는 있지만, '심문 절차'에 대한 특례는 없다"며 압수수색 사전 심문제도가 시행되려면 앞서 법률의 개정이 필요하고 꼬집었습니다.
이밖에도 "공익신고자보호법 및 성폭력처벌법에서도 특정범죄신고자 보호법을 준용하고 있어, 공익신고자나 성폭력범죄 피해자를 심문하려 할 때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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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변호사협회 / 사진=연합뉴스11 |
이처럼 대법원의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낸건 일선 검찰청뿐만이 아닙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17일 대법원에 검토 의견서를 제출하며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심문 제도' 도입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변협은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심문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피의자가 장차 발부될 압수수색 영장의 집행에 미리 대비하게 하는 것"이라며 "수사의 밀행성을 해칠 수 있고 실체적 진실 발견을 저해
대검찰청은 전국 일선청에서 낸 반대 의견을 종합해 검찰의 입장을 정리할 예정입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수사와 직결되는 문제이다 보니 전국 검찰청에서 신속히 의견을 낸 것 같다"며 "다음달 14일까지 의견을 정리해 법원행정처에 보낼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길기범 기자 road@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