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이 시구처럼 말은 정치인의 입을 거쳐 정치가 됩니다.
그래서 정치부 기자들은 밤낮으로 정치인의 말을 쫓습니다. 정치인의 말은 그대로 신문의 헤드라인이 되고 뉴스의 제목이 되죠.
'위원님! 위원님!'
'여기서는 피고자라고 말씀하셨는데 입증 책임을 100% 질 거라고.'
'아니. 아까… 제 말을 왜곡해서 얘기한다면…'
'이런 식의 잘못된 선동을 하냐는 말입니까.'
'들어보시라니까요, 제 말을…'
그제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한동훈 장관은 비동의 간음죄에 대해 답하려고 하지만 정작 질의를 한 권인숙 의원이 계속 말을 끊는 바람에 무려 14차례 요청 끝에 겨우 기회를 얻습니다.
상대방 발언을 막고 마이크가 꺼진 상태에서도 자기주장만 계속 펼치는 태도에 동료의원은 물론 참석한 공무원들까지 한숨을 쉬었죠.
이뿐만이 아니죠.
'장관은 참기름 들기름 안 먹고 아주까리기름을 먹나, 왜 이렇게 깐족거리냐.' 또 상대 의원들의 비판에 손바닥을 보이며 "반사"라고 한 행동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한 행동이 맞나.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저는 김건희 여사나 천공 얘기 같은 건 안 하고 정책 질문만 할 테니까 너무 전투력 발휘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이날 류호정 의원과 한 장관은 고성이나 막말, 비아냥이나 삿대질 없이 차분하고 진지하게 비동의 간음죄에 대해 논하며 모처럼 국회의 품격을 살렸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게 정상 아닌가요? 대정부 질문이란 것 자체가 원래 국회에서 의원들이 해당 분야 담당 장관을 상대로 궁금한 걸 질문하고 답을 듣는 자리니까요.
그런데 이 당연한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다니요.
미국 인본주의 심리학자
우리 의원님들도 상대방의 말을 진지하게 경청하는 훈련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래야 최소한 애들이 견학을 가도 부끄럽지 않은 국회가 되지 않겠습니까.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비방에 고성…품격 사라진 국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