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보다 수입 적고 기업 입사를 '좁은 선택지'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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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관련 자료 사진(기사 내용과 무관)/사진=연합뉴스 |
2023학년도 대학 정시모집에서 서울 주요대 반도체학과에 합격한 학생들 대부분이 등록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가 반도체 인재 양성을 국정과제로 내세워 관련 학과 증원까지 추진하는 가운데, 정작 합격생들은 의대 등 타 계열로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오늘(17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3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한양대 등 주요 4개 대학 중 대기업 취업 연계가 가능한 반도체학과 등록 포기율은 모집인원 대비 155.3%로 집계됐습니다.
4대 대학 반도체학과의 정시 모집인원은 총 47명이었는데, 73명이 타 대학 등록 등을 이유로 이탈한 것입니다.
계약학과의 경우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취업이 보장되기 때문에 의약학계열과 함께 상위권 학생들이 진학하는 곳인데, 타 대학 의약학계열과 중복 합격한 경우가 많아 대규모 이탈자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반도체학과가 있는 서울지역 한 대학의 입학처장은 "이 과에 지원하는 학생의 경우 (성적이 최상위권이므로) 정시에서 세 군데를 쓸 때 의약학계열이나 서울대를 쓰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대규모 이탈이 부자연스러운 현상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삼성전자와 연계된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10명 모집에 13명이 등록을 포기했습니다.
SK하이닉스와 연계된 고려대 반도체공학과는 11명 정원에 8명(72.7%)이,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10명 정원에 8명(80.0%)이 등록을 하지 않았습니다.
종로학원은 "정부정책과 대기업 연계 등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관련학과는 의약학 계열, 서울대 이공계 등에 밀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반도체 관련학과 교수는 "의대의 경우 수입을 보장하는 면허가 나오는 셈이고, 고등학교 때의 성적으로 평생 수익을 확정지을 수 있는 면이 있다"며 "반도체 엔지니어들의 몸값이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미국보다 덜 하고 의사들의 수익보다 약하다"고 말했습니다.
특정 기업 입사를 전제로 한 계약학과 진학이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선택을 제약하는 장애물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반도체학과가 있는 한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이 한 곳에 얽매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경향도 보인다. 계약된 기업에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하는 것에 대해 선
다만 서울지역 대학의 반도체학과 한 교수는 "인력양성은 장기전이다"라며 "(정부에서) 반도체 관련 분야를 강조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반도체 인재를 키우는 학교들이) 이번 일에 사기가 꺾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김가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imke399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