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어제(17일) 하늘색 수의를 입고 부산지법에 출석하는 모습 / 사진 = MBN 안동균 기자 |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 임직원에게 사표를 종용한 이른바 '부산판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어제(17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기소된 오 전 시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오 전 시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박모 전 정책특별보좌관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신모 전 대외협력보좌관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습니다.
이들은 오 시장 취임 초기인 지난 2018년 8월부터 2019년 1월까지 부산시설공단과 벡스코, 부산복지개발원, 부산여성가족개발원, 부산경제진흥원, 부산테크노파크 등 시 산하 공공기관 6곳의 임직원 9명에게 사직서 제출을 종용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아왔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두 보좌관은 사직서 제출 종용 등의 행위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오 전 시장은 이와 관련해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해왔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박 전 보좌관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오 전 시장의 의중이나 결정, 지시 없이 진행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의견서를 통해 밝혔다”며 오 전 시장의 지시하에 사표 종용 등의 행위가 이뤄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두 보좌관으로부터 공공기관 임직원의 수리 절차를 보고받은 정황 등을 고려했을 때 오 전 시장이 범행에 가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부산테크노파크와 부산경제진흥원 2곳에 대해서는 당시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사표 제출을 종용했다는 걸 입증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 지난 2021년 11월 부산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가 부산시청을 압수수색했다. / 사진 = 연합뉴스 |
재판부는 마치 관행처럼 이어져 온 사표 종용 행위에 대해서도 일침을 놨습니다.
“임기와 신분이 보장된 공공기관 임직원들에게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일괄 사직서를 징구해 하루아침에 직위를 상실하게 하는 구시대적인 발상은 사라져야 한다”며 “전임 시장이 했다고 해서 이러한 방법이 정당화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피고인의 직권남용 범행은 죄질이 좋지 않고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오 전 시장은 산하 공공기관을 책임지는 사람인데, 법령을 준수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어겼다는 것에 엄정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고, 정무라인은 잘못된 관행을 수정해 고치도록 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며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판시했습니다.
법원은 다만 이 범죄가 사적 목적에서 비롯된 것은
재판부는 "이번 행위가 인사 적체 해소와 선거 공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로 인해 사적 이익을 얻은 것은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오 전 시장은 부하직원 강제추행 혐의로 지난 2021년 6월 징역 3년이 선고돼 현재 복역 중입니다.
[박상호 기자 hachi@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