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치료센터에서 숨진 코로나19 환자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습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정재희 부장판사)는 생활치료센터에서 숨진 코로나19 환자 A 씨의 유족들에게 모두 1억 원 정도를 배상하라고 선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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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에 위치한 생활치료센터 내부 (이번 사건과 관계없는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만 22만 명이 나왔던 지난 2021년 8월 11일, 당시 63살이었던 A 씨는 확진판정을 받았습니다. A 씨는 당시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8월 12일 충남 아산시에 있던 한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했습니다. 당시 생활치료센터 입소자는 정해진 방 안에서만 거주해야 했고, 바깥출입이 금지돼 복도로도 나올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입소한 지 엿새째인 8월 18일, A 씨는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당시 같은 생활치료센터 내 다른 방에는 확진판정을 받은 A 씨의 딸도 있었는데 딸이 오후 12시 반쯤 "아버지와 연락이 안 된다"며 센터에 알렸습니다. 이에 센터 근무자가 A 씨의 방으로 가보니 방문 앞에 아침식사가 그대로 놓여 있었고, 근무자가 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자 행정직원이 방문을 열고 들어가 숨진 상태였던 A 씨를 발견했습니다.
A 씨를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기도도찰물에서 코로나19 양성이 나왔고, 폐 실질에서 광범위한 유리질막 형성이 확인됐다" 즉 코로나19로 인해 폐렴이 발생했고 폐렴이 급성 당뇨합병증을 촉발한 게 사망 이유일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코로나19 증세가 악화돼 숨졌다는 겁니다.
유족들은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하는 국가가 환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며 정부를 상대로 지난해 1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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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중앙지법 (사진=연합뉴스) |
약 1년 간의 재판 끝에 법원은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법원은 생활치료센터 의료진이 A 씨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적절한 대응을 하여 보호할 의무가 있지만 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시 고령이었던 A 씨는 환자용 앱 사용을 할 수 없는 걸로 파악됐기 때문에 의료진은 원칙상 매일 오전 1회, 오후 1회씩 하루 최소 2회 전화확인 등을 통해 A 씨 건강상태를 체크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재판과정에서 의료진은 하루 2회 전화확인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걸로 파악됐습니다.
8. 12 - 오후 3시 52분
8. 13 - 오후 9시
8. 13 - 오후 10시 27분
8. 15 - 오후 4시 33분
8. 16 - 오전 8시 35분
8. 17 - 오전 8시 16분
8. 17 - 오후 4시 8분
8. 17 - 오후 8시 27분
통화가 된 것도 8월 15일 이후 내역은 모두 A 씨가 먼저 전화를 건 것이었지 의료진이 확인전화를 건 게 아닌 걸로 드러났습니다. 그나마 사망 전날인 8월 17일 오후 두 건의 통화 내역이 있었지만 정작 A 씨가 사망한 18일에는 오전에 확인전화를 해야 했음에도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딸이 오후에 먼저 연락이 안 되는 사실을 전하자 근무자들은 그제서야 A 씨의 방으로 갔고 오전에 놓고 간 아침식사가 그대로 놓여있는 것도 그때서야 알게 된 겁니다.
법원은 "생활치료센터에서 A 씨의 건강상태에 대한 기록과 모니터링 등 기본적인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걸로 보인다"며 "A 씨는 1인 1실로 격리돼 있었는데 1인 1실 격리 환자의 건강상태가 악화하는 경우 이를 확인할 대비책도 없었던 걸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정부 측은 "모든 지침을 준수했더라도 상황상 A 씨가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적시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질병이 악화하고 사망에 이른 걸로 보인다"며 받아들이지
법원은 "정부가 공권력을 행사해 환자를 생활치료센터에 입소시키고 외부로부터 격리시킨 이상 정부는 입소자에게 더 무거운 보호의무와 책임을 부담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우종환 기자 woo.jonghwan@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