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해 보이지만 이유가 있었습니다. 1784년 파리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한 나폴레옹은 역사책에 빠져 지냈습니다. 사투리 때문에 말하기를 꺼리던 그에게 도서관은 안식처였죠. 주로 전쟁사를 탐닉했는데, 전장에도 책을 산더미처럼 싣고 다니며 읽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동서고금을 넘나든 전쟁을 탐독한 그에게 모든 전투 장면은 기시적 현상에 불과했죠.
그런데 전쟁사의 중요성을 까맣게 잊은 듯한 일이 우리 육군사관학교에서 벌어졌습니다. 2019년 육사가 교과 과정을 개편하면서 필수과목이던 6·25전쟁사를 선택 과목으로 바꾼 사실이 지난해 말 뒤늦게 드러났죠?
6·25전쟁사도 제대로 배우지 않은 생도들이 어떻게 장교로 임관돼 도발의 당사자인 북한군과 맞서 나라를 지키겠냐는 사방의 우려에, 육사는 다음 달 2일 임관하게 될 4학년 생도 280여 명 가운데 6·25전쟁사를 수강하지 않은 75%, 210여 명에게 부랴부랴 보충수업을 시키고 있습니다. 이 난리를 듣고 우린 웃어야 할까요, 울어야 할까요.
장교에게 '전쟁사'는 절대 빠질 수 없습니다. 전쟁사는 국가의 운명을 놓고 싸운, 고귀한 흥망성쇠의 교훈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육사인 '웨스트포인트'와 일본 방위대, 프랑스 생시르 육사가 자국 전쟁사와 군사전략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죠.
우크라이나 전에서 몇 달이면 승리할 줄 알았던 러시아가 왜 저렇게 쩔쩔매고 있는 걸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푸틴의 전쟁이라고 불릴 만큼 억지로 끌려 나온 러시아 군인들은 자기들이 왜 이 전쟁을 해야 하는지 모릅니다. 적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군인은 싸울 의지도, 사기도 갖출 수가 없습니다.
사관학교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방패를 육성하는 기관이죠. 그런데 정권에 따라서 '6·25 전쟁사'를 뺐다 넣었다 한다? 대한민국 육사가 이렇게 혼란스워서야 되겠습니까.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육사 '6·25전쟁사' 몰라도 된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