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들어간 대학을 그만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접으면서까지 공부 좀 한다는 사람들이 의대로 몰리고 있습니다.
물론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지만, 이런 쏠림 현상은 국가적으로 부작용도 일으킵니다.
어쩌다 '무조건 의대'가 된 건지, 포커스M에서 박유영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 기자 】
연세대 경제학과를 나온 29살 석승헌 씨는 직장 생활 6개월 만에 의대 진학을 결심했습니다.
▶ 인터뷰 : 석승헌 / 대학 졸업 후 치과대 진학
- "학벌만 가지고 취직이나 성공이 보장되는 시기는 부모님 세대가 마지막이었구나 그런 생각도 들고 (직장에선) 인생의 목표를 찾기 힘들었어요. (기계) 구성품 정도 되는 느낌이었고…."
결국 8년 만에 수능을 다시 치러 지난해 전남대 치의예과에 입학했는데, 의대로 몰리는 현실을 체감했습니다.
▶ 인터뷰 : 석승헌 / 대학 졸업 후 치과대 진학
- "올해는 현역(고3)이 저희 때보다 더 없는 것 같아요. (신입생) 3분의 2는 현역이 아닌…."
다른 학과에 합격해도 의대만큼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단 생각에 반수나 재수, 그 이상을 감내하고 의대를 지원하는 겁니다.
▶ 인터뷰 : 대학 자퇴 후 의대 준비
- "1~2년 정도 그렇게 (재수, 삼수) 해보는 게 크게 손해라는 생각 안 했어요. 의사가 되면 (안정적인 삶 등) 얻을 수 있는 게 많다 보니까 그 정도 투자는 해도 될 것 같다…."
이른바 '의치한약수'로 불리는 의대와 치대, 한의대와 약대, 수의대로 인재가 쏠리면서, 명문대의 자연계열 다른 학과는 해마다 수십 명씩 생기는 결원 관리에 비상입니다.
▶ 인터뷰(☎) : 서울 소재 대학 입학처 관계자
- "아무리 상위권 대학이어도 공통으로 가진 어려움인 것 같고요. 합격자 발표할 때 빠져나가는 학생들은 어떤 식으로든 감당이 되는데, 입학하고 나서 빠져나가는 학생들이 대학 입장에서는 더 큰 문제가 되는 거죠."
▶ 인터뷰 : 임성호 / 종로학원 대표
- "스카이 이공계에 합격해도 의대에 진학한다든지 지방권 어디(의대)에서 서울 수도권 어디(의대)로, 이런 도미노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수 인력이 의료계를 채우는 동안 반도체나 과학기술 R&D 등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다른 분야는 발전이 지체될 수밖에 없습니다.
▶ 인터뷰 : 이병훈 /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 "법조계나 경영은 과감하게 전문대학원 체제로 바꾸면서 공급을 많이 늘렸거든요. 그러면서 많은 변화를 만들어냈듯 (의사) 공급을 늘리면 현재 같은 희소 효과의 문제가 없어지지 않을까…."
고소득과 직업 안정성이란 의사직의 혜택을 다른 이공계 직군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MBN뉴스 박유영입니다. [shine@mbn.co.kr]
영상취재 : 배완호 기자, 조계홍 기자
영상편집 : 한남선
그래픽 : 정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