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출신 가수 이난영이 1940년대에 부른 노래 ‘울어라 문풍지’는 가사의 애절함과는 달리 어려움을 애써 극복하려는 역설의 미학을 담고 있습니다.
사정없이 파고드는 매서운 바람을 막기 위해 문풍지를 바르는 건 과거 서민들의 일상이었죠. 그나마 살림살이가 좀 나은 집은 한지를 붙였지만 대부분은 신문지를 잘라 붙이기 일쑤였습니다.
이렇게 고전적인 방한용품으로 여겨지던 문풍지가 요즘 다시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난방비 폭등에 조금이라도 비용을 줄여보려는 거죠.
그런데 그 어렵다는 가스공사가 지난해 2조 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냈다는 걸 아십니까.
올겨울 난방비 폭탄의 이유가 가스공사의 대규모 적자를 메우기 위해서라는 거 맞죠?
증권사들이 추정한 가스공사의 지난해 영업이익 평균치는 1조 8,585억 원으로 재작년보다 50%나 늘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천연가스를 수입 가격보다 싸게 팔아 생긴 적자를 손실로 처리하지 않고 나중에 받을 수 있는 '미수금'으로 분류하는 정말 특이한 회계방식 때문입니다.
사실상 손실금인 이 미수금은 작년 말 기준 9조 원 그런데 이 손실금을 자산으로 떡하니 바꿔놓으니 장부상으로 2조 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이 난 겁니다.
이걸 다 알고 있는 가스공사는 심지어 이익이 생겼다며 배당금 지급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동안도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큰데도 이처럼 해괴한 회계를 바탕으로 주주들에게 배당을 해왔고 공기업 경영평가에 반영해 임직원들은 성과급까지 챙겨왔으니까요.
"지난 정부에서 8번 가스요금 인상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미수금을 해소하려면 가스요금을 3배 올려야 한다."는 것도 물론 틀린 말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더 급하게 해야 할 일은 우리 판단을 흐리게 하는 착시의 거품을 걷어내고 좀 더 솔직해지는 게 아닐까요.
적자는 국민 부담으로 떠넘기고, 이익이 나면 정부 곳간부터 채운다. 우리 이런 나라는 되지 말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가스공사의 '해괴한 회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