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내부 고발자는 어떻게 보호하려고" 우려
"검색어, 영장청구서에 담아야" 놓고도 법원-검찰 정면충돌
대법원이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에 압수수색 영장을 내주기 전 판사가 검사 등을 불러 대면 심문하겠다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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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 사진=연합뉴스11 |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최근 입법 예고한 형사소송규칙(대법원규칙) 개정안에는 '법원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기 전 심문기일을 정해 압수수색 요건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불러 심문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됐습니다.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사전 심문 대상은 통상 수사기관이나 제보자가 될 것이고, 피의자와 변호인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대상이 될 것" 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금까지 압수수색 영장은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혐의 내용과 추가 수사 필요성 등을 써내면 판사는 영장 청구서 등을 읽어본 뒤 영장 '발부' 혹은 '기각'을 결정했습니다.
◇ 법조계 “내부 고발자는 어떻게 보호하려고" 우려
법조계에서는 곧바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법조계 관계자는 “한국의 현실에서 제보자의 상당수는 내부고발자”라며 “이들에 대한 보호가 부족하다는 점이 한국 사회의 큰 문제인데 이들을 영장심문에 참여시킨다는 발상이 우려스럽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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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수수색 자료 사진 |
이어 “심문할 수 있다고만 돼있는데 안 나올 경우 구인을 하겠다는 건지 아니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건지 아니면 하염없이 기다리겠다는 건지 아무런 규정이 없다며 이 자체로 너무 허술하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복잡한 제도와 절차가 생길수록 변호사들에게만 유리해질 것”이라며, “힘없는 서민들에 대한 영장은 쉽게 발부되고 법원 전관들이 곧 압수수색이 있을지 모르는 돈 많고 힘 있는 수사 대상자들에게 주요 영업 포인트로 기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내놓은 개정안에는 전자정보를 압수수색할 경우 분석에 사용할 검색어와 검색 대상 기간 등의 집행계획을 청구서에 담아야 한다는 조항도 신설됐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러한 내용이 ‘독소조항’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 수사팀 관계자는 "마약 수사를 할 때 마약을 칭하는 은어가 얼마나 많은데, 이걸 미리 정해서 청구하라는 것 자체가 증거 수집하지 말라는 이야기"라며 "머리 좋은 범죄자나 대기업들은 검색어를 피해서 자신들이 아는 단어로 이야기해 압수수색을 피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법원행정처는 검찰이 너무 격앙된 반응을 보인다는 입장입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법원도 바보가 아닌데, 압수수색 사실을 모르고 있는 피의자를 불러 알려주겠느냐"며 "최대한 중립적인 입장에서 압수수색의 필요성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일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제보자가 안 나왔을 경우에도 해당 판사가 판단하면 될 문제"라며 "정말 제보자의 설명이 필요하면 구인 조치를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서류만 보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전자정보 압수수색에 대해서는 '해결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언급했습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현재 전자정보 압수수색에 대한 범위가 정확히 없어서, 스마트폰을 압수하게 되면 범죄 혐의와 관계 없는 사생활 정보도 모두 가져가는 상황"이라며 "규칙 개정을 통해 개인의 사생활을 더 보호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논의가 수 년에 걸쳐 논의돼왔고, 미국에서도 유사한 제도가 운용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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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과 법원 / 사진=연합뉴스 |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미국의 제도와 대법원이 추진하는 제도는 전혀 궤를 달리한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미국 법원이 압수수색영장 청구에 의문이 있는 경우 이를 기각하지 않고, 검사나 경찰관을 불러 ‘비공식적’ 협의를 거치긴 하지만, 대법원이 추진하는 것처럼 공식적인 심문 절차는 아니다”라고
또 “독일·프랑스·일본의 경우에도 압수수색영장 청구서 및 기록을 토대로 심리할 뿐, 압수수색영장 심문 제도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대법원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오는 3월 14일까지 관계기관 의견수렴 기간을 거쳐 개정안을 마무리하고 6월 1일부터 새 규칙을 적용한다는 계획입니다.
[길기범 기자 road@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