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에서 20년 넘게 무료급식 봉사를 하는 비영리단체 대표의 집이 가압류 조치됐는데, 이유는 급식소의 주방이 불법 건축물이라서 매년 구청에 수백만 원을 내야 해 빚더미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가뜩이나 재료값 인상으로 주먹밥 대신 국수를 나눠주고 있는데, 주방을 다른 데 지을 여력도 안 돼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습니다.
하지만, 매주 목요일마다 따뜻한 한 끼를 기다리는 쪽방촌 주민들이 눈에 밟혀 그냥은 떠날 수가 없습니다.
김태형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 기자 】
▶ 스탠딩 : 김태형 / 기자
- "20년 넘게 운영되고 있는 서울 영등포의 한 무료급식소입니다. 매주 목요일마다 이렇게 쪽방촌 주민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있는데요. 하지만, 바로 옆 주방 건물 때문에 엄청난 빚이 쌓이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사연이 있는지 들어보겠습니다."
반평생 쪽방촌 주민들에게 봉사활동을 한 박부득 씨가 2016년 시설녹지에 급식소 주방을 설치한 게 화근이었습니다.
불법 건축물이다 보니 구청이 매년 500만 원이 넘는 이행강제금을 청구하는 데다가,
철도 부지까지 침범하는 바람에 100만 원가량 변상금까지 내야 했습니다.
분할납부로 버티고는 있지만, 미납금은 쌓여만 갔고 박 씨 집은 결국 가압류 조치됐습니다.
▶ 인터뷰 : 박부득 / 쪽방도우미봉사회 대표
- "1년에 600만 원이 넘는 이행강제금을 내야 하니까 너무 많이 부담스럽습니다. (미납된 금액만) 대략 4천만~5천만 원은 될 것 같아요."
35년차 베테랑 형사도 매주 연차를 내며 쪽방촌 주민들의 따뜻한 한 끼에 힘을 보태지만, 이행강제금에 치솟은 재료값과 가스비 때문에 한숨은 늘어만 갑니다.
▶ 인터뷰 : 김윤석 / 서울 마포경찰서 형사5팀장
- "재료값이 다 올라가고 특히 겨울철 가스비가 하루 25만 원 들어요. 요즘은 주먹밥을 못 해, 재료비 때문에. 근데 속사정을 모르는 거지. 왜 주먹밥 안 주냐고 그런 부분이 가슴 아프고…."
끝이 안 보이는 식사 대기 줄을 버틸 정도로 쪽방촌 주민들은 무료급식소에 의지하는 상황.
▶ 인터뷰 : 최창용 / 쪽방촌 주민
- "(급식소가 없어지면) 우리로서는 굉장히 섭섭하고 허전하고 그럴 것 같아요. 얻어먹는 것도 얻어먹는 거지만 얼굴 보는 것도 좋고…."
▶ 인터뷰 : 윤승현 / 쪽방촌 주민
- "목요일만 되면은 잔치가 되는 거예요. 계속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문제는 주방을 철거하고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겁니다.
▶ 인터뷰 : 구청 관계자
- "합법적인 장소에서 하셨으면 좋겠는데 여력이 안 되시는 건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무료급식소 '밥퍼' 측에는 구청이 나서 도시락을 배달할 테니 건물을 철거하라는 절충안이라도 내놨지만,
아직 이곳을 위한 대책은 없습니다.
나누는 행복으로 살아가는 봉사단체와 이들에게 의지하는 쪽방촌 주민들을 위한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MBN뉴스 김태형입니다. [ flash@mbn.co.kr ]
영상취재: 이동학 기자
영상편집: 이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