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처방받아 오·남용하는 방식
펜타닐 원료 공급처 中과 가까워 위험↑
미국에서 '좀비 마약'이라 불리며 극심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펜타닐. 이러한 펜타닐이 한국에서도 퍼지는 모양입니다. 미국은 불법으로 제조된 펜타닐이 유통되지만, 우리나라는 의사 처방을 악용해 펜타닐을 빼돌리는 방식입니다.
↑ '마약'/사진=게티 이미지뱅크 |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펜타닐(주사제 외 패치·정제) 처방 건수는 2018년 89만 1천 434건에서 2021년 148만 8천 325건으로 67% 늘었습니다.
국내에서는 펜타닐이 의료용으로 쓰이기에 처방 건수가 약물 오·남용 증가를 뜻하는 건 아니지만, 의사들은 "3년간 수술한 환자나 암 환자가 67%나 증가했을 리 없다"고 지적합니다.
즉 펜타닐 공급이 '의사 처방'하에 있음에도 이를 빼돌려 음지에서 투약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말입니다. 불과 10년 전 마약 청정국이라 불리던 것과 대비됩니다.
무엇보다 펜타닐은 한 번 중독되면 팔과 다리가 잘려도 다시 찾는다고 알려진 손꼽히게 위험한 약물입니다.
치사량도, 뾰족한 연필심 끝에 살짝 묻힌 정도인 2mg 정도입니다. 때문에 미국에서는 지난해 숨진 10만 7622명의 약물 과다 복용자 중 3분의 2가 펜타닐 중독이었습니다.
자연 유래 성분이 섞인 여타 마약과 달리 벨기에 글로벌 제약사 '얀센'이 개발한 100% 인공물질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 더 큰 문제입니다. 기존 마약류에 비해 저렴하고, 투약도 편리한데 강력한 효과까지 지닙니다.
일각에서는 현대 의학이 창조한 '악마의 열매'라 부릅니다.
↑ '청소년'/사진=연합뉴스 |
미국에서 펜타닐은 주로 '온라인'을 통해 거래됩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때문에 인터넷 이용에 익숙한 10대들이 벌써 마약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2021년 경남에서는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아 판매 및 투약한 10대 피의자 '42명'이 한 번에 검거된 바 있습니다. 이들은 학교에서도 펜타닐을 투약했고, 경찰 조사 중에도 펜타닐을 갈망해 사회에 큰 충격을 줬습니다.
전문가들은 펜타닐 원료를 불법 제조하고 수출하는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기에 더 위험하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중국과 지리적으로 먼 미국도 중국을 펜타닐 원료 공급처로 지목하며 '신아편전쟁'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미·중 간 외교 갈등이 심화됐습니다.
천영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어제(2일) 라디오에 출연해 "마약은 각성제 계통과 안정제 계통이 있는데 각성제 계통 중 최악이 필로폰, 안정제 계통 중 끝판왕이 펜타닐"이라며 중국과 가까운 우리나라는 펜타닐에서 안전할 수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현행법상, 의약품인 펜타닐은 진통제로 사용됐는지 불법으로 사용됐는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식약처는 안전사용기준을 마련하고 위험성이 높은 물질은 '사전알리미'제도로 불법 사용을 예방합니다. 사전알리미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보고된 처방 및 사용 정보를 분석해 안전사용 기준을 벗어나 마약류 진통제를 처방한 의사에게 '주의'를 촉구하고 처방 개선 여부를 관리하는 제도입니다.
↑ 마약류 의약품/사진=연합뉴스 |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식약처에서 2021년부터 '마약류 의료쇼핑 방지 정보망'을 모든 마약류 의약품으로 확대해 시행하고 있지만, 의무사항이 아니다 보니 환자 한 명에게 여러 건의 마약성 진통제가 처방되고 있었다"고 꼬집었습니다.
강 의원의 말처럼 지난 2021년부터 작년 9월까지 업무목적 외로 마약류를 취급한 의료기관 66곳이 적발돼 수사 중입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인력 부족을 호소했습니다. "사전알리미 제도를 점점 확대하려면 인력을 늘릴 필요가 있다"며 "현재는 인력이 빡빡한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의료인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천
[임다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jfkdnj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