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보호대상 아냐"…한파도 재난인데, 경찰 직무 소극적 해석 논란

【 앵커멘트 】
한파에 지구대에서 쫓겨난 70대 할머니 관련 후속보도 이어갑니다.
당시 할머니는 영하권 날씨에 밤길을 헤매다 자칫 위험한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었지만, 경찰은 할머니가 보호조치 대상이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한파도 법으로 규정한 명백한 자연재난인데, 재난 상황에서 경찰이 직무 범위를 너무 소극적으로 해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박상호 기자입니다.


【 기자 】
추위를 피해 지구대를 찾았다가 강제로 쫓겨난 할머니는 영하권 날씨에 밤길을 서성였습니다.

지나가는 차를 잡아타고 3km 떨어진 경찰서에 가서야 몸을 녹일 수 있었습니다.

▶ 인터뷰 : 노철상 / 부산 서부경찰서 형사1팀장
- "날씨가 그날 춥더라고요. 야간에는 (민원실에) 아무도 없기 때문에 히터 좀 켜라 해서…."

그런데 지구대는 할머니를 왜 쫓아냈을까?

해당 지구대 측은 당시 할머니가 법적 보호조치 대상이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 인터뷰(☎) : 지구대 관계자
- "보호 조치 대상자는 아니지만, 강제로 내보낸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도 아쉬움이 좀 많고…."

지구대가 근거로 내세운 건 경찰관 직무집행법 4조입니다.

보호조치 대상이 정신착란이나 주취자, 미아, 병자, 부상자 등으로 한정돼 노약자는 해당이 안 됩니다.

하지만 같은 법 2조에는 경찰 직무의 범위가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 보호'로 폭넓게 규정돼 있습니다.

특히 당시는 한파가 몰아친 특수한 상황이었는데, 이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겁니다.

2018년 일명 재난안전법이 개정되면서 한파도 자연재난에 포함됐습니다.

할머니는 사실상 재난 상황에 처했는데민생치안의 최일선인 지구대의 보호를 받지 못했던 셈입니다.

▶ 인터뷰(☎) : 쫓겨난 70대 할머니
- "덜덜 떨려서 너무 힘들어서 겨우 기어갔어. 거기도. (경찰서 안 갔으면) 나 죽었어."

애초 경찰이 직무 범위를 너무 소극적으로 해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 시민단체는 할머니를 끌어낸 경찰관은 물론 경찰서장과 부산경찰청장까지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MBN뉴스 박상호입니다. [hachi@mbn.co.kr]

영상취재 : 안동균 기자
영상편집 : 한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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